여느 때처럼 아침 식사 후 동네 공원 옆 산책길을 걷고 있었다.  겨울준비를 하느라 나무 가지치기가 한참이다.   자른 가지를 기계에 넣고 잘게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린애와 할아버지가 그 작업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정확히는 애가 호기심 가득히 작업을 보고 있고, 할아버지는 그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물끄러미 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고, 마침내 아이가 뒤로 돌아 공원 안에 있는 그네로 간다.  할아버지는 그 뒤로 따라가더니 그네 탄 아이를 밀어주고 있다. 나뭇잎들이 누렇게 변해 떨어지기 시작했고, 저쪽 산등성이로는 하얀 구름 떼가 아침에 끼어 있던 회색 안개를 밀어내고 있다.

 

몇 달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Medicare 받는 나이라는 핑계로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날마다 주말이고, 일주일에 하루 친구들 만나 운동하는 외에는 고정 스케줄도 없다.  매일 보수를 받으며 보냈던 나의 시간이 이제는 그냥 지나가고,  한마디로 비생산적인 생활임이 분명하다.  인생 제2막 은퇴 후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회에 봉사하고, 여행가고, 만나고 싶던 이들을 찾아가고. 많이 듣는 좋은 제안이다.

 

오늘 아침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은퇴 후에 할 것 중 하나로 그저 바라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손주의 모습, 자식의 모습, 아내의 모습, 친구의 모습, 나뭇잎의 색깔이 변해가는 모습, 구름이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 바람이 지나가며 흔드는 모습.  노을이 하늘을 적시며 사라지는 모습.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아무런 후회나 원망도 없이 이렇게 여기 있음에 감사를 느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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