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여러 꽃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3월부터다.
그때 아내는 서울 병원에 입원하신 장인 곁에 있느라 나가 있어 나 홀로 몇 달 집에 있었다.
일하는 사이사이, 답답하면 무작정 동네를 걸었는데 그러면서 이집 저집에 피어 있는 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다.
보라색 자카란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더니 꽃이 떨어져 바닥을 뒤덮기 시작하면서는 그것이 마치 방송에 연일 숫자로 나오는 코로나의 희생자들처럼 보였다.
어느 현관 앞 분홍색 수국은 한참을 피어있더니 있는 그대로 말라가며 시들어버린다. 여인의 고운 얼굴이 나이가 들어가며 주름지고 사그라지듯이.
여름 내내 피어있던 붉은 배롱나무꽃이며 사철 피고 지는 각가지 색깔의 장미꽃도 내가 바라보는 만큼 내게로 다가온다. 전에도 피고 지곤 했었는데 내가 그냥 스쳐버렸을 뿐.
예전엔 여기 보라며 아름답게 핀 꽃들만 눈에 들어왔었는데 이젠 그 꽃들이 시들어가는 모습에도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그 시든 자리에 매달린 열매도 꽃의 한 모습이란 것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