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 분노와 프리아모스

박진희

 

 기원전 8세기경에 호메로스의 서사시, 10년 간의 트로이전쟁에서 마지막 51일을 다룬 <일리아스>의 주요 인물은 아킬레우스다. 그 전쟁의 발단이 된 트로이 황자 '페리스'나 스파르타의 왕비이자 세기의 미녀 '헬레나' 보다 매력적인 케렉터다. 

 아킬레우스 엄마 '테투스'는 여신으로 아들의 운명을 미리 알고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발목만은 '스틱스'강물에 잠기지 않아 페리스가 쏜 화살이 그 곳을 관통해 죽게 된다는 얘기는 수천년간 내려오고 있다.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었을까.

 아킬레우스는 성격도 좋고 최고의 용사였는데 그의 총사령관이었던 못 된 '아가멤논'이 문제였다. 아폴론의 신관인 크리세스의 딸인 크리세이스를 첩으로 들인 아가멤논은 아폴로의 보복이 그리스군들에게 돌아올까 염려되어 주위의 성화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할 수 없이 크리세이스를 그녀의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화가 난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애인인 브리세우스를 빼앗는다.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전투에서 손을 떼자 그리스군은 참패를 거듭한다. 그러자 아가멤논이 자신의 딸을 아킬레우스에게 주겠다며 싸워줄 것을 부탁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그가 마치 지옥의 문 처럼 증오스런 인간인데 그의 딸을 갖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분노만 깊어졌다. 

 그리스군이 트로이군에 계속 패배하여 희생이 커지자 이것을 보다못한 절친인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나가 전투에서 이기지만 트로이 왕자,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에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를 잔인하게 죽여 마차에 매어 끌고 다닌다. 그리고 화가 솟구칠 적마다 친구의 죽음을 위로한다며 툭하면 파트로클로스의 무덤 주위를 돌자 헥토르의 시체는 더욱 찢겨지고 훼손된다.

 밤중에 몰래 창백하고 초췌한 노인이 아킬레우스 장막에 찾아온다.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왕인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 발아래 엎드려 말한다.

"당신의 아버님을 생각해 보시오. 신과 견줄 아킬레우스여!... 아버님께서는 당신이 살아있다는 말을 들으시고 날마다 시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에서 돌아오시를 기다리며 지내실 겁니다."

 프리아모스는 왕이 아니라 죽은 아들의 아버지로서 시체만이라도 돌려달라며 아들의 살인자의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어 간청한다. 원수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신분으로 역지사지의 모습이랄까. 그들은 손을 잡고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슬프고 불행한 모습을 서로 바라보며 한참을 운다. 아킬레우스의 제의로 둘은 그날 밤 식사를 한다. 헥토르의 시신은 돌려받고 11일간 휴전상태에서 장례식을 치르며 <일리아드>의 막이 내린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문학이다. 이런 장면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일이기에 난 무릎을 꿇을 때마다 프리아모스와 아킬레우스의 화해장면을 떠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