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과 비즈니스를 락다운 시켰을 뿐만 아니라 봄도 마음 속에 감금하였다.
작년 이맘때에는 샌프란시스코의 페리빌딩에서 Blue bottle커피를 마시며,
희미한 안개에 묻혀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금문교를 바라보며, 봄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늘은 답답해 하는 손녀와 함께 ,며칠만 지나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며 미뤄 두었던
그봄을 기어이 찾아 나서기로 했다.
3월 25일,
지금 쯤 아마 봄이 와 있을텐데, 도대체 봄을 느낄 수가 없다.
문득 지난번 병원 갈 때 보았던 벚꽃나무 길이 생각났다.
1킬로미터 정도의 곧게 뻗은 길 위로 벚꽃나무가 의장대 사열하듯 5~10미터 간격으로
반듯하게 줄지어 서있는 길이다.
그 곳에 가면 내 마음 속에 갇혀있는 봄을 구출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각 오전 10시 5분,
이른 새벽부터 내리던 차가운 비가 그쳤다.
작전 시작 10분전, 아직은 찬바람이 가시기 전이다.
단단히 준비하고 문앞에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아이를 며칠전 사다 놓은 어린이용 왜건에 태우고, 따뜻한 외투에 털모자를 씌우고,
바람막이 홑이불을 두르고 대기한다.
배낭에 아이가 먹을 간식과 과일 쥬스, 과자 한 봉지를 챙겨야 한다.
혹시 모를 울음 폭탄에 반드시 필요한 식량이다.
잠시 딸아이의 작전 지시에 주목한다.
"만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으면 즉시 돌아 오세요.
또한 친절히 말을 걸어 오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미소를 발사하고 뒤돌아서 마스크를 쓰세요.
아기가 기침을 하거나, 피곤해 하면 즉시 비상 전화로 연락하세요.
항상 좌우를 살피고, 주위를 경계하며 안전에 최대한 신경쓰세요.
이상, 왜건 출발!"
조심스럽게 현장에 도착했다.
비상 시국이라 그런지, 봄을 찾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
찬바람에 하얀 꽃잎들만 눈송이처럼 날아와 얼굴을 스친다.
밤사이 꽃잎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빗줄기에 상처입은 꽃들이 바닥에서 뒹군다.
까만 벚꽃나무 줄기가 하얀 꽃잎을 얼기 설기 엮어 놓은 듯한 풍경에 봄을 찾을 수가 없다.
멀리서 아지랑이 같은 흔들림이 포착되었다. 아마 그 곳에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뒷 바람의 엄호를 받으며, 숨죽이고 다가선다. 없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현장을 사진 속에 담았다.
돌아섰다. 오늘 미션은 실패다.
올해는 그냥 봄을 잊어야 할 것만 같았다.
풀 죽은 모습으로 사진을 딸아이에게 내밀었다.
"와 아~ 봄이다. 멋지고 예쁜 봄 풍경이네!"
아뿔사, 봄은 벌써 감금에서 풀려나와 내 앞의 딸아이 가슴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봄은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