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살이 / 석민자

 무심히 올려다 본 하늘에 까치집이 덩그렇다. 가을이 깊었음이다.

심심하면 집을 수리한다는 새끼 까치다. 겉으로는 삭정이를 대충 쌓아놓은 것처럼 설어 보여도 새끼들을 여축 없이 건사해 내는 것으로 미루어 나름대로의 공법에 의한 집을 짓고 있는 모양이다. 하기는 날짐승이나 곤충이거나 간에 집 짓는 기술이야 인간에게 뒤질 일이 뭐겠는가.

친정집엔 한 울 안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까치가 있다. 올케가 시집을 오기 전부터 살던 놈인데 감치 터줏대감 자리를 놓고 안주인과 겨루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여대기도 하는 가당찮은 놈이다. 무슨 새가 염치도 정도껏이지 남의 집에 빌붙어 사는 주제에 저리 깍깍댈 수가 있느냐며 마뜩잖기는 올케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은 올케가 팔을 울러 맬 일도 생겨나지만 정작 맞히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당에 들여놓은 알곡들을 물어가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숫비누 같은 것마저 물어가는 데는 대책이 없다며 손을 젓는다. 그래 내가 저들도 사랑을 나눌 때는 몸단장을 하고 싶을 게 아니냐며 어깃장을 놓았더니 그만 허리를 잡고서 웃고 만다.

그 집 개 워리는 까치가 심심풀이도 됐다가 부럽기도 했다가를 번갈아 하는 모양이다. 놈은 워리의 먹이에도 겁 없이 부리를 들이민다. 먹고 남은 것이라도 남 주기는 아까운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하물며 워리인 것을. 저는 묶여 있는데 훨훨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눈에 쌍심지가 설 일이거늘 자신의 밥통까지 넙죽 대능 데는 심사가 사납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기는 해도 그냥 두어 번을 으르렁대는 것으로 눈을 감아준다. 어차피 남은 밥, 파리 떼가 극성맞게 구는 것보다는 놈들이 먹어 치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까치가 그 틈을 놓칠 리가 없다. 그러니까 놈은 진즉에 워리의 허장성세를 꿰뚫어 보고 있었음이다.

까치는 못 먹는 것이 없다. 거기다가 극악스러울 정도로 많이도 먹는다. 추수한 땅콩을 한 됫박은 되게 도적질을 해갔으니 날강도가 따로 없다는 올케의 푸념도 일리가 없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놈은 갈무리도 할 줄을 아는 터수다. 아무리 두 마리가 그 많은 땅콩을 한꺼번에 먹어치우기야 했겠는가. 감도 홍시를 골라서 파먹고 능금도 맛있는 것만 쪼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맛 감지 기관도 발달이 되어 있는 족속이다. 그런데도 거름 더미를 뒤지는가 하면 재래식 변소도 여상스럽게 드나드는 것으로 보아 게걸스럽기가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식성이다.

어쩌다 불을 지필 일이라도 생기면 올케는 까치들이 내다 버린 헌 삭정이를 긁어 불쏘시개로 사용을 한다. 불이 참 잘 붙는다. 까치는 그냥 무심하게 내려다볼 뿐이다. 까치 보기에 미안스럽지도 않느냐고 내가 웃으면 올케는 너무도 당연하다며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놈은 집세도 안 내면서 대를 이어가며 빌붙어 사는 순 날강도 같은 놈이고, 삭정이도 제가 버려둔 것을 치워주고 있으니 외려 고마워해야 할 쪽은 그쪽이라고, 그러니 쥐뿔도 미안스러울 일이 없노라고, 듣고 보니 그런 듯도 싶다.

처음 이곳에 대들보를 걸친 까치는 어쩌면 풍수에 일가견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 좋고, 숲 좋고, 바위까지 두루 갖춘 곳에다 둥지를 틀었으니 안목이 대단한 놈인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까치밥이라며 서너 개씩 남겨주던 이삭 감도 나무째로 넘겨받은 지가 오래다. 시절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터를 잡은 선조 덕에 누릴 수 있는 풍요가 아니겠는가. 거기다가 워리의 배려로 끼니 걱정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있으니 백 부자가 눈 아래로 보이고도 남을 일이다.

까치는 물이 역류하는 곳이거나 굽어 도는 곳의 삭정이라야 대들보로 쓴다는 속설이 있다. 얼씨구나다. 바로 아래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고맙게도 그 물은 일부러 만들어 놓기라도 한 듯 기역 자로 굽어 돌고 있는 데다 감나무에서 떨어져 내린 삭정이만도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곳이 아니던가.

올해는 감도 충실한데다 빛깔마저 별스레 곱다. 홍시라도 몇 개 따볼 요량으로 나무에 올랐더니 까치란 놈이 난리가 났다. 본시 제 것도 아닌 것을 저리 나부대고 있으니 모르는 사람 눈에 임자는 저고 나는 도둑으로 보이기가 십상이겠다.

뭐 하난들 내 것이라 이름 지어 부를 것이 있음이던가. 저도 나도 더부살이이긴 매한가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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