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절 캠핑을 다녀와서
최숙희
노동절 연휴를 이용해 Rancheria Waterfalls Campground로 캠핑을 다녀왔다. 꼬박 여섯 시간을 운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과 바다처럼 드넓은 호수가 어우러진 곳이었다.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일상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쉴 수 있었던 꿈같은 시간이었다.
캠핑장에 어둠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한 선배님은 불을 피워 더운물을 계속 끓여 주셨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설거지도 할 수 있도록 챙겨주시는 배려가 고마웠다. 밤에는 물주머니에 더운물을 가득 담아 침낭 속에 넣어두니 온기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모닥불 앞에서 불멍도 실컷 즐겼다.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마다 별빛처럼 빛나는 윤슬로 가득한 호수를 바라보는 물멍도 환상적이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깨끗이 씻겨지는 느낌이었다.
캠핑을 간다고 하면 아직도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전기와 더운물도 없고 잠자리마저 불편한 곳에서 인터넷도 안 되는 원시적인 생활을 어떻게 견디느냐는 뜻일 것이다. 사실 내가 캠핑을 자주 다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매달 한 번씩 캠핑을 가는 산악회에 다니면서부터다. 간신히 기본 장비만 마련했을 뿐, 여전히 짐을 싸는 요령도 음식 장만도 서툰 초보 캠퍼다. 그래서 갈 때마다 베테랑 동료들의 노하우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매 순간 그들의 지혜를 배운다.
게다가 나는 캠핑 바로 전 산행에서 개울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어깨부터 팔, 손까지 여기저기 아팠다. 부상이라는 핑계까지 생기니 친구들은 ‘그냥 몸만 오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밥 먹으라며 차려낸 음식에 놀랐다. 손수 농사지은 갖가지 쌈 채소와 석쇠로 구운 고등어, 솥뚜껑에 지글지글 구운 고기까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 맛본 고구마순 김치는 별미 중의 별미였다. 캠핑 마지막 날, 대파를 듬뿍 넣어 끓인 시원한 황탯국은 갑자기 과식해 불편해진 속을 달래주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기대하고 떠난 캠핑이었지만, 더 깊이 마음에 남은 것은 사람의 따뜻함이었다.
기대했던 시원한 폭포는 오랜 가뭄 탓에 쫄쫄거리는 가느다란 물줄기라 아쉬웠다. 하지만 자연은 한쪽이 비면 다른 한쪽을 채워주는 것일까. 폭포로 가는 길목마다 상황버섯과 영지버섯을 닮은 신기한 버섯들이 눈길을 사로잡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힘들지 않은 산책 수준의 짧은 하이킹 덕분에 시간이 여유로웠다. 한쪽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부침개가 노릇하게 익어가고, 옹기종기 모여 화투를 즐기는 이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누리는 한가로움이 좋았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세상이 주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무관심이 좋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완벽한 밤하늘의 별빛이 캠핑의 정점을 장식한다. 자연을 만나고 사람의 정을 느끼며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캠핑,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