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고로 떠난 작은 여행 / 이정호

우리 재미수필문학가협회는 평소 가까운 곳으로 야유회를 가곤 하지만, 이번에는 모처럼 여행사를 통해 샌디에고로 일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하늘에는 드문드문 흰 구름이 떠 있는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회원 28명이 함께 갔습니다.
스페인 탐험가가 이곳에 머무르며 가톨릭 미사를 드린 날이 프란치스코회 수도사인 성 디에고(San Diego de Alcalá)의 기념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날을 기념하여 이 지역의 이름을 ‘샌디에고’라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예전에 샌디에고의 씨월드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샌디에고는 아담한 도시, 쾌적한 날씨, 그리고 은퇴한 사람들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곳이라는 인상으로 기억되어 왔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도시라 익숙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동안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첫번째로 우리가 찾은 곳은 샌디에고의 상징이자 명물인 코로나도 다리였습니다. 샌디에고 다운타운과 아름다운 휴양지인 코로나도 섬을 잇는 약 2.1마일 길이의 해상 교량입니다. 다리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휘어져 있습니다. 해군의 요구에 의해 군함이나 항공모함이 통과될 수 있도록 중간에 높이를 올리기 위해 그렇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다리에서 내려 인근 공원에서 다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길게 휘어진 다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고, 그 아래로 오고 가는 배들과 어우러져 멋이 있었습니다. 나로서는 다리를 지나면서 차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미드웨이 항공모함 박물관과 그 옆에 있는 키스 동상에 갔습니다. 키스 동상의공식 명칭은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 이라고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승전 소식을 듣고 환호하던 한 해군 수병과 간호사가 기쁨에 겨워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한 사진가에게 포착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승전 소식에 흥분한 수병이 기습적으로 모르는 여성에게 키스를 퍼붓은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주변의 멋진 곳을 놓치기 쉽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먼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면서, 정작 가까운 곳에는 관심을 덜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멀지 않은 샌디에고에 이렇게 와 볼 만한 곳이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씨포트 빌리지에 갔습니다. 조그만 마을이었고 해변을 따라 상가와 식당들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 피어 있는 쪽으로 걸어가 피어 끝까지 걸어 갔습니다. 배가 바다 위로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바다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그 순간, 나에게 무한한 감사가 흘러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고 여기까지 있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 한없는 감사가 나의 마음속으로 스며 들어왔습니다.
이제 수필가 협회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스무 해가 흘렀습니다.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세월 속에서 피어나는 우리의 우정은 영원 할 것입니다. 가족 같은 우리의 끈끈함과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