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르의 절경을 바라보며 / 이정호

노르웨이에서는 베르겐을 먼저 방문했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아름다운 항구이다. 그곳에서 체류한 후 플롬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약 두시간 반 정도 달린 후 미르달 역에서 플롬으로 가는 산악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이 산악 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선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피오르를 보려고 한다.
베르겐에서 기차는 출발하여 많은 바다와 산을 지났다. 평지를 지나다 어느새 바다가 나타나고, 그리고는 사라지며 다시 산이 나타났다. 반복되어지는 그 풍경이 지루하지 않았다.
드디어 플롬으로 가는 산악 열차로 갈아탔다. 수 백미터 절벽사이 아래로 에메랄드 빛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깎아지른 산비탈에 평화롭게 자리 잡은 오래된 산악 농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열차는 수많은 터널을 지났다. 가는 도중에 키오스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5분정도 경치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폭포를 보는 도중에 음악과 함께 노르웨이 전설 속 요정 훌드라(Huldra)로 분장한 무용수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했다. 한 명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여러 명이 번갈아 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선녀가 아름다운 폭포에 내려온 것처럼 보였다. 약 한 시간을 달려서 기차는 마침내 플롬에 도착했다.
플롬은 450명 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가까이 정박해 있는 크루스가 보였다. 길가에는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우리는 아시안 음식을 파는 노점에서 새우 볶음밥과 연어 구이를 주문했다. 연어는 노르웨이 산의 싱싱한 맛이 살아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곧 스테가스타인 전망대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좁고 굽은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높은 전망대에서 피오르를 내려다보았다. 가파르게 깎인 절벽 사이로 푸르고 맑은 물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고, 햇빛을 받은 바닷물은 영롱한 빛을 품은 채 반짝였다. 잠시 후 계곡 사이로 안개가 살며시 스며들어 풍경은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었다. 수만 년 전 빙하가 깎아 만든 거대한 절벽은 웅장한 자태로 서 있었고, 그 아래 깊은 바다로 이어진 피오르는 멀리 바라볼수록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던 그 장엄한 기슭 아래에는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닷가와 맞닿은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피오르는 잔잔하고 평안하게 보였다. 햇빛을 받은 물결이 아름다운 윤슬로 반짝였고, 그 고요한 풍경 속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안식할 수 있는 이 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침 일찍 마을로 걸어 나가니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가 피오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도 이 피오르처럼 맑은 마음을 지닌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품은 평안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에도 스며든다면, 다툼이 줄어들고 서로를 이해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또 이 장엄하면서도 고요한 풍경에 사람들이 동화된다면, 서로를 위해주고 도와주며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피오르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세상을 조용히 꿈꾸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