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에서] 오슬로행 크루즈에서

 댓글 2026-06-18 (목) 12:00:00 성민희 수필 비평, 소설가
 
부모 자식 간이라도 간섭과 과보호 없이, 서로를 온전한 두 개의 인격체로 대하는 문화, 어린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기보다 스스로 털고 일어날 힘을 기르게 하고, 나이 든 어머니의 짐을 당연하게 들어주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영역과 자립심을 존중하는 문화. 내 시선에는 다소 차갑고 무심해 보였던 그들의 행동이, 실은 서로를 존엄한 개인으로 예우하는 방식이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차가운 밤바다를 가르는 크루즈의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품 안의 자식으로 기르며 늘 노심초사 간섭하고 붙잡아두려 했던 우리의 정서와, 홀로 서는 법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이들의 정서 사이의 거리를.

내일 마주할 뭉크의 화폭 속에서도, 어쩌면 이들이 지닌 서늘하면서도 단단한 인간 내면의 독립성이 묻어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며, 북유럽의 깊은 밤 속으로 들어간다.

<성민희 수필 비평,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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