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1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최근에 발칸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정은 떠날 때의 설렘보다 돌아올 때의 안도감과 기쁨이 더 컸다. 나이 탓인지 강행군의 피로도가 상당했고, 마지막 돌아오는 비행기까지 말썽을 부려 그런지도 모르겠다. 악천후도 아닌데 갑자기 비행기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져 우왕좌왕했었다. 머릿속에는 뉴스에서 본, 공항에서 노숙하는 장면이 떠 올랐다. 다행히 몇 시간 후 다른 비행편이 마련되어 돌아서 가는 길이어도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문제는 취소된 비행 편에 이미 부친 가방이 도착하지 않아 애를 태웠으나, 그다음 날 집으로 안전히 배달되었다.
단체여행을 하게 되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하루 이틀은 서먹하지만, 같이 밥 먹고 대화하다 보면 ‘정들자, 이별’이라는 말 그대로가 된다. 평소 만날 수 없었던 곳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는 색다른 이야기들, 각자 개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머러스한 재미와 웃음들, 심각하지 않은 작은 실수들, 즐기러 온 사람들인 만큼 모두가 상대방에게 너그럽고 여유가 있다.
한 배를 탄 공동체로서의 화합과 배려도 화려한 유적, 대자연의 장대함 못지않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데 일조한다.
발칸 지방은 8년 전에 간 적이 있지만 다른 코스, 안 가본 장소도 갈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그 옛날 이렇게 좋은 자연과 유산을 가진 나라들이 왜 뒤처져 있는지 안타깝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 내 나랏일인 듯 기뻤다.
여행 후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과거 대 제국 시절의 화려했던 유적보다 잔잔한 자연이 주는 감동이 늘 오래 남는다. 인간이 만든 지나치게 화려한 건물들에는 그것을 짓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는 탓인지, 아니면 낡아가는 오래된 영광보다 새로움이 더 마음을 끄는 탓인지, 자연 속에 인간의 삶이 소박하게 조화된 그저 스치는 풍경에 마음이 더 간다.
피로함에도 열심히 따라다녔던 일곱 나라들, 그중에서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협상과 합의로 분리된 ‘벨벳 이혼’이라는 아름다운 갈라짐에 무척 감동하였다. 학창 시절 알았던 공산국가 체코슬로바키아가 무혈 시위로 무너져 이를 ‘벨벳 혁명’으로 불린다는 것도 새삼스러웠고, 세계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 분리 사례라는 ‘벨벳 이혼’도 인상 깊었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도 이렇게 멋지게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 작금의 이해되지 않는 영토분쟁, 전쟁의 소용돌이가 더욱 안타까웠다.
여행 기간만큼의 휴식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내가 떠나온 일상이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준 여정이었다.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느꼈던 일상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조금은 달라 보임이 참 좋다. 단조로운 일상에 염증을 느낄 무렵, 훌쩍 떠난 여행에서 겪는 색다름도 오래지 않아 또 다른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느꼈던 그 익숙한 불편이 오히려 더 그리워진다. 이 안정됨이 갑갑해 질 무렵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되나보다. 어쩌면 두고 온 것에 대한 의미, 가치 그 고마움을 깨닫기 위해 새로운 불편함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명숙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