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우표딱지만 한 고향에 잠든 이야기꾼

 댓글 2026-06-24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포크너는 미시시피 대학 발전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집필했다. 발전기의 굉음 속에서 석탄을 나르며 써 내려간 소설에는 불행한 가족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는 현실의 고통을 문학 속으로 밀어 넣으며 견뎌냈는지도 모른다.


그의 삶에는 다른 여인들도 있었다. 할리우드의 메타 카펜터, 뉴욕의 조앤 윌리엄. 그러나 그는 끝내 누구에게도 완전히 가지 못했다. 술잔과 원고지 사이를 떠돌며 위스키에 자신을 의탁했다. 지금도 그의 비석 위에는 방문객들이 두고 간 위스키 병과 시가 파이프가 놓여 있다.

‘소리와 분노’와 ‘압살롬, 압살롬!’에 담긴 몰락한 남부의 상처와 인간 욕망의 파국은 모두 이 작은 고향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이다. 그는 “우표만 한 고향 땅”만으로도 평생 쓸 이야기가 충분하다고 믿었다.

말 타기를 사랑했던 그는 대도시 생활을 싫어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역시 낙마 사고였다. 허리 통증으로 오래 고생하던 그는 결국 1962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곁에는 어린 딸 엘라베마의 작은 묘비도 함께 있다. 딸이 죽던 날, 작은 관을 무릎에 올려놓고 끝없이 울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묘비에는 그의 말이 새겨져 있다.

“나의 야심은 역사 속에 사라진 한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책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나는 차가운 비석 위의 흙먼지를 조심스레 털어냈다. 그는 술과 좌절 속에서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았지만, 결국 그의 문학은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남았다.

옥스퍼드의 작은 땅은 여전히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읽고 이어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나는 그 무거운 숙제를 가슴에 안은 채 다시 길을 나섰다.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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