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단상] 살아있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

 댓글 2026-06-19 (금) 12:00:00 이효종 수필가
 
뿌리를 내리고 생존한 작물은 무럭무럭 자란다. 살아있는 것들의 특성이다. 어린싹이 점점 위로 자라며 잎을 내고, 줄기도 굵어지는 것이 보인다. 무사히 발아되고 해충에서 벗어난 들깨와 상추도 제법 잎이 크게 자랐다.


아침에 나가 작물들을 둘러보면 지난 밤사이에 자란 가지와 토마토의 키가 눈에 보인다. 토마토 두어 그루는 벌써 내 가슴 높이까지 컸다. 방울토마토도 여기저기에서 빨갛게 익어간다. 노란 꽃술을 내밀고 있는 보라색 가지꽃도 예쁘다. 고추도 매일 하얀 별꽃을 피운다. 조그만 텃밭에서 물과 햇빛을 머금고 자라는 것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 가장 아름답다.

한갓 초본 식물이 성장할 때 이렇게 기쁨을 주는데 사람의 경우는 어떠한가.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손녀딸이 백일이 되어간다. 이제는 엎드려서 고개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잠시 후 고개를 담요에 푹 숙였다가 다시 벌떡 되세운다. 시간이 지나면 이곳저곳을 기어다닐 것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 아가도 부모와 주위 사람의 사랑을 먹으며 쑥쑥 자란다.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가운데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통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의 격동이 있고, 혹한의 겨울에 몰아치는 눈보라 같은 시련도 있을 수 있다. 가끔은 넘어져서 깨어진 상처가 쓰라리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할 때도 있다.

정체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고 싶다. 경제 상황이나 나이를 핑계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 자신도 정년을 한 후에 갑자기 터널 앞에서 멈추어선 열차처럼 막막함을 느껴 본 적이 있다. 갑자기 밀려오는 어둠의 공포가 마음과 육신을 무기력하게 했다.

멈추어 버리면 죽은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다시 움직여 보자. 가슴 속 고마운 마음을 글로 써보고, 주위의 아름다운 것을 그려본다. 작품이 나오지 않아도, 쓰고 그려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얼어붙은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맺고, 늙은 백일홍 나무에 붉은 꽃이 만발할 때 아름답다. 사람도 이럴 때 아름답지 않을까.

<이효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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