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목) 12:00:00 이리나 수필가
테너 윤정수는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를 불렀다. Vincer?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홀 전체를 채웠다. 평소 음원으로 즐겨 듣던 노래인데, 라이브 곡은 파바로티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바리톤 임조세프가 부른 곡 중에는 조두남 작곡의 <산촌>이 마음 깊이 남았다. ‘아, 박꽃 향내 흐르는 마을, 천년만년 누려본들 싫다 손 뉘하랴.’ 언덕 너머의 망아지, 흐르는 시냇물, 떠가는 구름이 내 앞에 그대로 그려졌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몰입한 나머지 실수를 했다. 금빛 하프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아이타나 산즈의 모습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말았다. 연주가 끝나자, 어셔가 찾아와 촬영 금지라고 말해주었다. 잘 알고 있던 에티켓이었지만, 순간의 감동에 방심하고 말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이타나 산즈가 부른 안정준 편곡의 <아리랑>이었다. 전통의 정서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곡이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라는 한국 특유의 한을 외국인 성악가가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는 깊은 감성과 뛰어난 기교로 노래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그런 고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사람이 맞나 싶었다.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휘자와 성악가들의 반짝이는 구두,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로다운 면모가 돋보인 밤이었다. 내 스포티파이 목록에 노래 몇 곡이 더 추가 되었다. 이 잊지 못할 무대를 선물해 준 출연진 모두에게 잔을 높이 든다.
<이리나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