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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로 떠난 하루 / 이정호

 

  아침 7, 아직 도시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의 파리를 뒤로하고 몽생미셸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여행사에서 마련한 소규모 투어였고, 함께한 사람은 모두 여덟 .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첫 목적지는 에트르타였다. 절벽 끝에서 바다를 향해 있을 , 코끼리 형상을 닮은 절벽이 파도와 맞닿아 있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해변은 아름다웠다. 바다와 절벽이 만들어내는 선명한 대비가 눈을 오래 머물게 했다. 이어 도착한 웅풀레르에서는 항구 도시 특유의 평온함과 색채가 여행객을 맞았다. 물결 위로 비치는 건물들의 그림자가 동화 장면처럼 아련했다. 그곳에서 먹은 점심은 풍경 덕분인지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몽생미셸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창 너머로 멀리 보이는 실루엣을 바라보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갯벌과 바다가 이어지고, 위로 구름이 낮게 깔리며 성채를 감싸는 풍경은 현실보다 생생한 장면이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쏟아졌다.

 

  8세기에 오베르 주교가 천사의 계시를 받아 처음 세웠다는 몽생미셸은, 이후 수많은 군사적 공격을 받았음에도 번도 정복당한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혁명기에는 시대의 격변 속에서 정부에 의해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몽생미셸 안에는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안에는 우체국과 소방서, 경찰서가 자리하고 있었고, 여러 식당과 상가들이 골목마다 이어져 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 상점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며,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몽생미셀에서 알려진 식당인 LA MERE POULARD 눈에 띄었다. 이곳은 수플레 오믈렛이 유명하다고 한다. 19세기 몽생미셀을 찾던 배고픈 순례자에게 빠르게 식사를 내어주기 위해 풀라르 아줌마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계란 흰자를 거품 내어 구름처럼 폭신한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음식이 나왔을 때는 양이 상당히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먹기 시작하니 부풀어 있던 오믈렛은 금세 가라앉았다.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유명한 음식을 직접 맛보았다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수도원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을 , 넓게 펼쳐진 갯벌 위로 순례자의 길을 체험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느린 발걸음은 이곳이 지닌 신앙의 시간과 깊이를 조용히 드러내고 있었다.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몽생미셸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석양이 성벽을 물들이자, 오래된 수도원은 몽실몽실한 빛을 머금고 더욱 신비롭게 변했다. 순간만큼은 길을 달려온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물이 차오르며 다시 섬의 형태를 되찾아가는 몽생미셸을 바라보는 순간, 주위를 맴도는 천사들이 우리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서 멋지고 선하게 살아가라고, 그래서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자고 속삭이는 듯한 풍경이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파리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이어진 여정이었지만, 시간의 무게보다 풍경의 깊이가 오래 남았다. 번쯤은 가볼 만한 , 몽생미셸은 그렇게 여행의 페이지를 단단하게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