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에서] 민간인 자원봉사 순찰대
2026-08-27 (목) 12:00:00 이리나 수필가
남편이 은퇴했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바라던 자원봉사를 본격적으로 하며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지역 경찰서에서 민간인 자원봉사 순찰대원을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서에 이력서를 보내고, 인터뷰와 백그라운드 체크를 통과했다. 어느 날, 남편이 순찰대 마크가 수놓인 하얀 폴로 셔츠에 까만 바지를 입고 워키토키까지 들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요즘 매주 월요일마다 경찰서로 출근한다.
민간 순찰대는 주로 은퇴한 경찰관, 군인, 소방관, 교사를 비롯한 다양한 배경의 지원자들로 구성된다. 대원들은 일주일에 이·삼 일씩, 보통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관내를 순찰한다. 기본 근무는 하루 네 시간이지만, 경찰서 상황이 바쁘거나 연장 요청이 오면 몇 시간씩 더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아침 아홉 시, 그날 봉사할 대원들이 경찰서에 모여 브리핑받은 뒤 작은 BMW 전기 순찰차에 오른다. 앞문에 Volunteer가 쓰인 경찰 마크가 붙은 차다. 주요 순찰 지역은 도둑이 자주 출몰하는 동네다. 재미있는 건, 일반인들은 이 차를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범죄자들은 멀리서도 알아보고 도망친다는 점이다. 순찰차가 서서히 다가가면 주변을 서성이던 차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순찰 경력이 오래된 대원들은 낯선 차를 한눈에 알아보기도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순찰차들은 워키토키로 연락해, 패스트푸드점에서 함께 식사하며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을 나눈다. 물론, 식사 후에도 순찰은 계속된다. 공원에서 마약 사범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차뿐 아니라 민간 순찰차도 현장을 돈다. 순찰차가 먼저 도착하면 이때도 놀라 서둘러 자리를 뜨는 차량이 많다.
교통사고 현장 정리 역시 민간 순찰대의 큰 임무다. 사고가 나면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파악하고 구급차와 견인차를 부른다. 하지만, 바쁜 경찰이 교통정리와 부상자 이송과 견인이 끝날 때까지몇 시간씩 현장에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순찰대가 도착하면, 경찰은 마무리를 맡기고 본연의 임무로 복귀한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경찰이 교통사고를 처리하던 중, 인근에서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고 있다”라는 옆집 사람의 긴급 911 신고가 들어왔다. 마침 현장에 있던 남편 조가 교통정리와 사고 마무리를 맡아준 덕분에, 경찰은 즉시 가정폭력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남편을 체포해 수갑을 채우고, 폭행당한 아내를 위해 구급차를 불렀다고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민간 순찰대 덕분에 제때 출동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 소식을 듣고, 피해 여성의 몸과 마음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경찰 인력이 줄어드는 요즘, 이런 민간 순찰대가 더욱 필요한 듯하다. 이웃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남편과 대원들이 고맙다. 이 작은 순찰차가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또 누군가에게는 경고가 되는 것 같다. 아무쪼록 민간 순찰대가 그저 조용히 동네를 도는 것으로 그치는, 평화로운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리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