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1 (금) 12:00:00 이희숙 수필가ㆍ아동문학가
섬섬길을 걷는다는 것은 하늘과 바다 사이에 놓인 시간을 천천히 건너는 일이다. 밀물이 오면 길은 바다에 몸을 맡기고, 썰물이 오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길은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섬섬길은 기다림을 아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걸음을 옮길수록 파도는 발밑에서 작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개껍데기는 오래된 편지처럼 추억을 품고, 갯벌은 수많은 생명의 발자국을 조용히 간직한다. 그 길에서는 누구도 서둘러 걸을 수 없다. 바다가 허락한 속도로, 자연이 정한 리듬으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떨어져 있는 줄 알았던 섬들이 하나의 길로 이어지고,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도 어느새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하나가 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닮지 않았을까. 때로는 파도에 길이 감춰져 방향을 잃기도 하지만,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는 다시 길이 열린다. 그 길은 우리에게 멀리 나아가는 용기와 잠시 머무는 여유를 함께 가르쳐 준다. 오늘도 누군가를 향해 조용히 길을 내어 준다. 우리 마음과 마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섬섬길 하나 있다면….
바닷길은 우리를 먼 세상으로 이끌고, 섬섬길은 우리를 마음속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우리는 바다를 건너며 세상을 만나고, 바닷길을 걸으며 비로소 자신을 만난다.
그 길은 세상을 잇는 힘으로 자기 길을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바다에 이르게 한다. 또한 멈추지 않는다. 바닷속으로 스며들어 생명을 기다리고 새로운 길을 만든다. 길이 막히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
오늘도 바닷길은 생명의 약속이 되어 흐른다, 끝내 세상을 품는 가장 깊은 힘이라고.
<이희숙 수필가ㆍ아동문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