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단상]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댓글 2026-09-11 (금) 12:00:00 이효종 수필가
 
바람은 어디에서 나를 찾아왔을까. 유난히 반짝거리는 저 별에서, 아니면 저 멀리 은하수에서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헛헛한 내 마음을 달래주려 찾아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움에 사무치던 별빛 하나가 가슴 속 깊이 파고든다. 그러고 보니 저 별은 어머니의 별인 것 같다. 말없이 미소를 띠고 계시던 어머니가 오늘 밤 나온 것이다. 내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어머니도 자식이 걱정되어 잠을 못 이루고 나오셨다. 그리워 기다리다 몇천 광년 떨어진 곳에서 쉬지 않고 달려오셨다. 나를 스치듯 찾아오는 모든 바람은 누군가 보내오는 그리운 소식들이다.

막역한 친구들, 나를 지켜봐 주는 고마운 분들, 고향의 사랑하는 사람도 하나씩 떠오른다. 그들도 어느 하늘 아래에서 똑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를 생각해 주는 듯하다. 별과 별 사이를 연결해 주는 바람이 결국 내 가슴까지 찾아왔다.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추억이 떠오른다고 노래하던 시인의 마음을 품어본다.

바람은 시간을 타고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아니 사십팔 방에서 모든 곳으로 지나간다. 풍경을 동쪽에 놓아도 서쪽에 놓아도 바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은 사십팔 방 모든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아무도 흐르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바람은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흐르고, 바람이 가는 곳마다 생명은 숨을 내쉬고 꽃을 피운다.

계절은 시간을 타고 흐르는 바람의 흔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람으로 빚어지고 바람결로 연결된다. 계절마다 부는 바람은 타고 오는 시간이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

풍경은 바람처럼 살라 한다. 산이 가로막고, 절벽이 에워싸도, 바람은 흘러간다. 바람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흐른다. 낮은 곳에 고이지도 않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이 가는 대로 흐를 뿐이다. 얼굴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산들바람이다가도 급하면 된바람처럼 서두르지만, 쉬고 싶으면 잠시 산등성이에 걸쳐있는 구름과 대화를 나눈다.

바람은 어떠한 구속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흐르고 싶은 대로 흘러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불어간다. 산들바람이든 된바람이든 모든 바람은 자유롭게 살아간다. 바람의 영혼은 자유로워서 한없이 맑다. 청아하게 울리는 풍경소리처럼 맑다.

풍경은 계속해서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라고 노래한다. 채애앵- 티앙- 티잉-. 풍경소리를 담고 떠나는 바람을 따라나서고 싶은 밤이다.

<이효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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