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길가 집(The Wayside)

 댓글 2026-08-19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루이사는 이곳에서 호손의 아들 줄리안과 에머슨의 딸 엘렌에게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은 아씨들』의 첫 장 「천로역정 놀이」도 이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연극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의지하는 가족의 모습은 훗날 『작은 아씨들』의 밑바탕이 되었다.


올콧 가족이 보스턴으로 떠난 뒤에는 나다니엘 호손이 이 집으로 이사했다. 그는 올드 맨스에서의 신혼생활을 그리워하며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다 십 년 만에 다시 콩코드로 돌아왔다. 집을 손질하며 침실과 다락방을 증축했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다락방은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또한 브론슨 올콧이 집을 지나치게 손봤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호손은 이웃들과 활발히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가까이에 에머슨과 소로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글을 썼다. 특히 말이 많은 브론슨 올콧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다른 길로 산책을 나섰다는 일화는 그의 내성적인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에머슨은 호손의 삶을 ‘고통스러운 고독’이라고 표현했다. 호손은 영국 리버풀 주재 미국 영사를 지낸 뒤 귀국했지만 우울증에 시달렸고, 친구 프랭클린 피어스와 여행 중 잠든 듯 세상을 떠났다.

호손이 죽은 뒤 소피아는 자녀들과 영국으로 떠났고, 이 집은 어린이 문학가 마거릿 시드니 부부의 소유가 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증축되면서 처음의 소박한 농가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여러 작가들의 삶과 문학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집 전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어느새 차도로 내려와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가 오가지만 당시에는 마차가 다녔을 것이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길가를 스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발걸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길가 집은 한 작가의 집을 넘어 호손과 올콧, 에머슨과 소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국 문학을 꽃피운 공간이다. 오래된 집은 오늘도 길가에서 방문객을 맞으며, 콩코드가 왜 미국 문학의 성지로 불리는지를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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