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헬레네 - 시대가 그리는 얼굴

댓글 2026-10-13 (화) 12:00:00 홍용희 수필가
 
사회는 끊임없이 재창조된다. 신화 시대에서 농경 시대를 지나, 산업사회와, 정보화 시대 그리고 디지털 문명시대로 진전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바뀌면 신화도, 예술도, 문화도 새롭게 해석된다.


고대 그리스는 다양한 혈통과 외모가 뒤섞인 세계였다. 지중해와 북아프리카를 잇는 무역의 중심지였다. 그 햇살에 그을린 갈색 여인을 헬레네로 캐스팅 했다면 어땠을까. 무심코 백인 이미지을 간직한 예비 관객에게 흑인 배우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인한 그 뜨거운 설전을 면했을 듯하다. 아니다. 어쩌면 그 디지털 잡음이 마켓팅으로 나타나 감독의 흥행 기록을 갱신하는 것일까. 그러나 개봉과 동시에 폭망할 것이라는 영화는 국내외로 고공행진 중이다. 관객은 이미 개봉 한 달만에 한국내 천 만을 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R등급 영화 흥행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들은 어느 할머니의 말이다. “세 시간이 금방 갔네.” 관객은 영웅의 스토리에서 감독의 재해석과 작품성을 높이 평가한다. 신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의 신호일까. 얼굴에 흉터가 새겨진 어두운 피부의 헬레네는 새로운 인간상을 보여준다. 영화 캐스팅의 핵심이 된 외면만이 아니고, 조롱을 받기도 한 상처와 경험이 만들어낸 깊이까지 아름다움의 일부로 표현했다. 아름다움은 때로 상처가 피어낸 꽃이다. 놀란 감독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선택을 하면 그런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편견의 시대가 가고 개성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어떤 얼굴이 아름다운가’.

다음 시대의 여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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