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가 숨 쉬는 도시, 코펜하겐 / 이정호

덴마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곳은 아름다운 건축양식의 시청과, 그 앞뜰에 자리한 안데르센 동상이었다. 105m에 이르는 시청사 탑에 오르면 코펜하겐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300개의 계단을 직접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조금 무리일 것 같아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올라가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시청을 나와 앞뜰로 걸어가자 안데르센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를 쓴 그는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조용히 맞이하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가 다가가는 순간, 마치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잘 왔어요. 환영합니다. 나를 보기 위해 그렇게 먼 곳에서 와서 고맙습니다. 이 동화의 도시를 마음껏 둘러보세요. 인어공주도 만나고, 그녀가 머무는 바닷가도 가보고, 그곳에서 그대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세요.”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속삭이는 듯했다.
그곳을 나와 우리는 늬하운 운하로 향했다. 운하를 따라 17~18세기에 지어진 오렌지, 노랑, 파랑 등 다채로운 색감의 유서 깊은 타운하우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살 아래 그 건물들은 더욱 돋보였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식당들의 야외 테라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식사와 맥주를 낭만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한때 북유럽을 호령했던 그들의 기개와 자존감이 이 거리 곳곳에 살아 있는 듯했고, 사람들은 그 여유로운 삶을 마음껏 누리며 만끽하는 것처럼 보였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찾기 위해 운하를 따라 늘어선 식당들의 메뉴를 살펴보았다. 도마 모양의 플레이트에 담긴 FISH PLATE가 눈에 띄었는데, 세 가지가 함께 나오는 구성이었다. 맨 위에는 훈제 연어가 놓여 있었고, 중간에는 계란과 곁들인 새우, 아래에는 가자미 순살 튀김이 담겨 있었다. 여러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팔고 있었고, 나중에서야 이것이 덴마크에서 즐겨 먹는 전통 오픈 샌드위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 식당에 들어가 그 음식을 주문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원래 샌드위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인지, 사진에서 보았던 만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식당을 나와 우리는 걸어서 마그스트레데로 향했다. 이곳은 1600년대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코펜하겐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자갈길 골목이었다.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의 목조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마치 17세기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화려함을 기대하고 찾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거리를 음미할 때 비로소 중세의 조용한 마을로 안내해주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나와 우리는 덴마크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석기 시대 유물부터 바이킹의 흔적, 중세 예술품등 다양한 전시가 이어졌고, 특별히 한국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안에는 재현된 한옥 사랑방도 있어 잠시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큰 거리를 따라 걷다 보니 티볼리 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규모가 상당히 컸고, 외곽을 따라 한참을 걸은 뒤에야 공원이 끝나는 사거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맥도날드가 눈에 띄었고, 맞은편에는 넓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나몬롤과 여러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보여 안으로 들어가 라테와 빵을 주문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이 도시의 분위기를 음미했다. 코펜하겐은 아담하면서도 동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이제 우리의 발걸음은 인어공주상이 있는 바닷가로 향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던 인어공주 이야기가 떠올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녀는 바닷가에 외로이 서 있었다. 진정한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결국 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공주가, 노을에 물든 석양빛 속에서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의 영혼으로 승화한 그녀가 저 멀리 평온한 하늘에서 우리를 반갑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바닷물결에 반짝이는 그녀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멋진 곳에 다녀오셨군요.
인어공주상은 솔뱅에서 보고 저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