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목) 12:00:00 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아내 메기는 한때 꿈꾸었던 낭만적인 결혼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현재의 자신을 안타까워하고, 남편 아이러는 자신이 삶을 낭비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한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늘 말이 없고 혼자 카드놀이를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자식들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들은 무명 록 가수인데, 한 소녀를 임신시키고 아이가 돌이 되기도 전에 이혼했다. 딸은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하지만 은근히 부모를 무시하고, 손녀는 그들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다.
메기는 그렇게 아옹다옹 살아가면서도 남들이 자신의 결혼 생활을 부러워할 것이라 믿었지만, 일찍 이혼한 전 며느리는 “아버님은 항상 자기만 옳다고 하고, 어머니는 뻔히 틀렸어도 고칠 생각을 안 한다”며 이들 부부를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한다.
제목인 ‘종이 시계’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실제로 종이시계를 만드는 에피소드에서 비롯된다. 결혼 일주년 기념으로 종이로 만든 선물을 주면 좋다는 말에 메기가 직접 만들어 보지만 종이가 자꾸 말려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결국 버리게 된다.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종이 시계는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들의 결혼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종이 시계는 버려졌지만,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도 그들은 다시 서로의 곁으로 돌아온다.
성격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외롭고 지쳐 있다. 어디서부터 삶이 어긋났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메기는 남편을 껴안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나지막이 속삭인다. “다 잘될 거예요.”
큰 사건이 없는 평범한 하루를 그리면서도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복잡한 마음이 섬세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인간이 어떻게 인내하고, 서로 방해하고, 적응하고, 포기하고, 그리고 아침에 어떻게 다시 시작하는 지”를 묘사한다고 했다.
삶은 젊은 날 그려보았던 모습과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메기와 아이러도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주면서, 또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함께 맞는 아침에는 아직 작은 희망이 남아 있다. 30년 가까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두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삶이 보인다. 서툴고 버거워도 다음 날 아침을 다시 맞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인지 모른다.
<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