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움직이는 자연
2026-10-21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
‘자연은 살아있다.’ 아마도 어느 기록영화의 제목이지 싶다. 당연히 살아있겠지! 자연이 죽는다면 우리 인간은 그보다 먼저 무너질 테니까.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도 대자연이 그리 가까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 있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도시 안에서 그 세계가 다 인양 코를 박고 살았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오거나 말거나 소리 없이 요동치고 변화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샌 안드레아스 단층대를 가게 되었다. 보통 수직으로 움직이는 단층대와는 달리 수평으로 움직인다는 유명한 단층대다. 이 같은 주향이동단층은 강력한 지진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태평양판(로스앤젤레스)은 북동쪽으로, 북아메리카판(샌프란시스코)은 남서쪽으로 어긋나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 경계에 서서 무성한 수풀 속을 바라보았다. 두 지각판이 맞붙어 있다는 작은 협곡이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라볼 만치 그저 평범한 골짜기다.
매년 약 2.5-5센티미터 정도 움직여 수억 년 후에는 두 도시가 바로 옆에까지 지각적으로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두 판의 움직임 때문에, 언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빅 원’이 살아생전에 오지나 않을까 염려되었다.
밀가루처럼 고운 소금밭이 염전처럼 길게 뻗어 있는 소다 호수도 들렀다. 예전엔 바다였던 곳이 가늠되지 않는 오랜 시간의 도움으로 이리 변했다.
돌아오는 길에 모나크나비들의 중요한 월동지 중 하나인 피 스모 비치 근교를 갔다. 기후, 온도, 번식지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이동 경로도 많이 바뀌었나 보다. 점점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다 떠나버린 줄 알았지만, 뒤처진 두세 마리가 그래도 우리를 반겨 주었다.
야생화는 아직 이른 탓에 만나지 못하고, 그저 바람 부는 초록 들판을 장엄히 뒤로한 채 해안가를 향해 나아갔다. 바다 쪽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아무 기대도 예상도 없이 만난 바위와 파도와 바람이 이루어 낸 해안가 절벽 암석들은 우리의 발을 멈추게 했다.
“이리 멋진 곳이 어찌 소리 소문도 없이 있었지?”
우리의 시간 개념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움직임으로 자연은 이리도 위대한 걸작품을 품고 있었다. 하루살이가 인간의 시간을 인지하지 못하듯, 다른 속도로 변화해 나가는 대자연의 움직임에 우리 역시 하루살이나 다름없음을 깨닫는다. 1 찰나(刹那)가 75분의 1초라고 하는데 우리의 생은 찰나보다 더 짧은 것 아닌지….
자연과 마주하니 우리의 시간대와 자연 그리고 우주의 시간대가 다 다르게 흘러가고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광년이란 말이 거리의 개념인데도 내겐 시간의 단위처럼 그 측정이 아득하고 어지럽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느끼는 이 어지러움과 멀미는 아마도 뇌의 과부하로 일어나는 탓이지 차의 흔들림 때문은 아닐 거다. 이제 꿈에서 깨듯 깨어나 1분은 60초, 하루는 24시간이라는 친숙한 도시인의 시간대로 돌아가야겠지?
멀지도 않은 곳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거대한 자연, 인간의 짧은 생으로는 그 동작을 감지하지 못한다. 억겁의 시간과 백 년여의 우리의 생, 인간의 한계가 유독 깨달아진다.
<이명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