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음실-―안희연(1986∼ )
거짓이라는 걸 알고 들어도 빗소리일까? 모래는 그렇게라도 울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 지금 부서진 거예요? 이거 내 몸이에요? 믿기지 않아서.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울음 아닌 소리는 없어. 드릴로 땅 파는 소리, 생선 토막 나는 소리, 태풍에 나무 쓰러지는 소리…… 머리 위로 소방 헬기가 지나간다. 이 방은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다시 듣는 방. 큰불이 났나봐. 너는 나의 왼팔을 가져다 엉터리 한의사처럼 진맥을 짚는다. 그래도 나는 이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것 같아. 이 소리는 후시 녹음도 할 수 없거든. 휘도는 피의 소리. 피의 리듬. 지휘자는 어디에 있을까? 머리 위로 소방 헬기가 또 지나간다.
내가 본 안희연 시인은 크고 작은 일에 고루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다. 그는 감은 눈도 크고, 잠든 귀도 활짝 열려 있을 것만 같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일을 다른 이보다 두 배로 공들여 하는 사람, 세상을 한약 달이듯 성심으로 대하고, 성심으로 쓰는 시인이 안희연이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울음 아닌 소리는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
시 속의 두 사람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톺아본다. 둘에게 세상은 잠시 “청음실”이 된다. 둘은 영상을 위해 만들어낸 빗소리, 사막에서 모래가 이동하는 소리가 꼭 “모래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이야기를 한다(지면상 생략한 부분, 꼭 원문을 읽어보시길!). “나 지금 부서진 거예요? 이거 내 몸이에요?” 모래의 질문이 서늘하다. 당신의 심장 소리, “휘도는 피의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것 같다는 사람에게는 헬리콥터 소리도 우는 소리로 들리리라.
박연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