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우리 동네 파바로티

댓글 2026-10-20 (화) 01:30:22 정유환 수필가
 
그는 지금 칠십이 넘은 어른들로 구성된 실버합창단과 일반 성인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청하면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어디든지 부르면 가서 노래한다. 짬짬이 농사일도 돕고 새벽에는 영농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떡 공장에서 떡을 만들고 배달도 한다. 카페에서는 화덕 피자를 구우며 오페라 공연하듯이 노래를 부른다. 멋지게 지은 카페가 있는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고 다른 음악가들과 협연도 한다. 그날의 공연엔 동네 사람들이 관객으로 초청받았다.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 때 파바로티가 아버지에게, 어릴 적 가르쳐 주었던 노래를 불러 달라고 청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중창, 그 노래가 ‘기러기’였다.


친구는 왜, 그 노래에 그렇게 감동했을까. 기러기도 있는 엄마, 아빠가 친구에겐 없어서였을까? 가물가물 잊히어 가는 옛노래가 그리워서였을까.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친구야, 거기가 내 고향 동네라는 것을 알았던 거야?” “아니, 몰랐지. 어머머, 어떻게 그런 우연이 있니? 아는 사람이야?” 숨도 안 쉬고 되물어온다.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아는 사람이랑 성이 같아. 아마 그 친척쯤 될지도 모르지.”

몇 년 전 큰맘 먹고 찾아간 고향은 너무 변하여 우두망찰 당황스러웠다. 세월은 한가하게 앉아 향수를 곱새겨 볼 수 없게 나의 추억을 지우고 있었다. 이제는 파바로티가 있는 그 카페를 찾아가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화덕 피자를 구우면서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고향을 음미해야겠다. 우리 동네 파바로티를 만나면 말 하고 싶다. 마음 변치 말고 꼭, 그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신의 자리가 탐날 정도로 아름다워 보인다고.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부르며 흘러갑니다.

전화를 들고 친구와 ’기러기‘를 부른다. 노래 한 곡이 우리를 60년 전으로 데려가 동심의 나라에 내려놓는다.

<정유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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