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금) 12:00:00 이효종 수필가
봄에 핀 복사꽃이 바람과 햇빛을 받고 자라는 동안 농부들은 한알 한알을 정성으로 보살핀다. 굵직한 복숭아로 키우기 위해 여름 땡볕에서 무던히도 애썼을 것이다. 열매가 맺혀도 병해충이나 태풍과 같은 재해로부터 서너 달을 너끈히 견뎌내야 탐스러운 복숭아가 된다.
마트에 나온 복숭아는 나름대로 한 삶을 잘 견뎌낸 것들이다. 복숭아도 도중에 낙과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땡볕에서도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나뭇잎이 보내주는 영양분을 받아 차곡차곡 저장하여 크기와 빛깔이 이쁘게 된다. 이렇게 예쁜 복숭아가 겨우 칠십 전 가격으로 매겨지는 것 자체가 너무 야박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복숭아가 시장에 나오는 과정에서 한두 개 흠집은 당연히 날 수 있다. 그런데 칠십 전에도 선택되지 못하고 손님들에게 거절당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계속 던져지면서 흠집이 커지고 있었다.
사람도 작은 흠집 한두 개씩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흠집은 상처를 잘 이겨내고 남은 흔적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 한두 개의 흠집을 보고 그 사람의 전체를 섣불리 오판한 적이 없는지 되돌아본다. 사람을 볼 때마다 흠집을 먼저 찾아본다면 사람의 내면에 있는 진실을 놓치기가 쉽다. 사람의 중심에 있는 됨됨이를 알 수 있다면 겉에 드러나 있는 흠집들이 작은 훈장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복숭아가 복사꽃에서부터 크면서 겪게 되는 시련에 못지않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어느 사람이든 흠집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모두 소중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노력에 손뼉을 쳐준다. 늦게나마 새로운 분야를 찾아 도전하는 사람들의 용기에도 함께 축하해 주고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 대신 안에 차 있는 내실로 당당하게 선택받기를 응원한다.
<이효종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