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vine 시에서 노인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프로그램이다. 건강, 부상 등의 이유로 집에만 있게 된 60세 이상의 시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가 원칙이나 기부금은 받는다고 한다. 시에서 마련한 음식을 자원봉사자들이 주중 아침에 각 가정으로 배달해 준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이 일을 시작한 지 2년여가 되어 간다. 대부분 독거노인 가정이라 배달하는 봉사자들은 시 경찰서의 신원 조회를 통과해야 한다.
오늘 아침도 배달하러 9시가 조금 넘어 senior center에 도착했다. 음식 트럭이 평소보다 더 늦는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 선배 배달 봉사자 Mark가 온다. 이 친구는 일주일에 3일씩 하는데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 자기가 다니는 집들을 나와 같이 다니며 요령을 가르쳐줬다. Mark와 같이 건물을 한두 바퀴 걷고 오니 트럭이 왔다 갔다. 배달 가방에 포장된 음식을 담는 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배달 route가 14 정도 되고 각 route엔 적게는 3-4에서 7~8집이 배정된다. 오늘 내 route엔 7집에 9명이 있다. 부부가 함께하는 집이 둘이다. 다음 월요일은 휴일이니 그날 음식도 함께 배달한다. 내 차의 트렁크가 음식 가방으로 꽉 찼다. 운전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기왕이면 밝은 인상으로 대할 수 있도록.
대부분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고 음식을 받아들이지만, "들어오라"라는 목소리만 들려 문을 여니 침대에 누워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탁자에 음식을 놓고 가라고 하는 표정은 그렇게 힘들고 어둡지 않았다. 나를 보고 밝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해줬다. 그 후 두세 번 그 할머니를 보곤 했는데 그 집 주소가 어느 날부터 명단에서 사라졌다.
본인 대신 간병인이 문을 열고 음식을 받기도 한다. 그분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아주 좋은 편이란다. 근처 대학에서 교수님이셨다고 한다. 몇 번 그 집을 들렀으나, 항상 간병인이 맞이했다.
이탈리아계 할아버지는 항상 집에 들어오라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는 부인 사진을 보여주며 떠난 지 얼마 안 됐는데 가끔 꿈에 찾아온다고. 음식을 놓고 나올 때면 과자를 가져가라고 내밀곤 한다.
어떨 때는 멀쩡한 부부가 대형 TV를 보다가 나와서 음식을 받아 간다. 아니, 이런 사람들이 왜. 그들의 사정을 잘 모르면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이럴 때면 나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 있다. 지금 응급실에 실려 와 있다는 가상 상황과 현재 중 어느 쪽을 택할래. 너무 절박한 비교지만 마음을 토닥이는 효과가 있다. 거기에 비하면 하고서…
오늘은 한국 분 집도 방문했다. 남편이 투석 치료를 받는 가정이다. 그래도 부인이 밝은 모습으로 맞아 주신다. 기부금도 조금씩은 내신다며 고맙다고 하신다.
어언 정오가 돼서야 다 마치고 senior center로 돌아왔다. 빈 음식 가방들을 돌려주려고 아침에 모였던 곳으로 걸어가는데, 길가에 빨간 꽃이 만발한 나무가 보이고 그 뒤에서는 북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잘 끝내고 왔냐는 인사를 받는 것만 같았다.

9월 4일,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