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1945∼ )



격조 있는 시인이다. 이 한 작품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있다. 시를 보라. 시선은 깊고, 발견은 핵심을 찌른다.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 없는 것과 아쉬운 것을 정확히 짚어낸다. 고수는 꽃가지나 나무젓가락 하나로도 적을 퇴치할 수 있다. 비슷하게, 숲과 나무와 나와 그대를 가지고 사람의 폐부를 찔러오는 이런 시는 고수의 것이다. 고수란 기술자가 아니라 장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런 장인의 시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런 말, 이런 사람,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각자가 너무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각자도생의 우리에게는 말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