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팔뚝 / 최수일

 

 

햇살이 재잘재잘 머무는

돌축 아래나

도랑 둑

둥치 잘린 나무 밑동이나, 여기저기

널려 있는

큼지막한 돌팍 밑에서

땅을 헤집고 머리를 내미는

버들치 혀 같은 새싹,

초유(初乳)같이 묽은 초록이다, 문득

오래전 고향집 마당에서

콩물을 자루에 넣어 짜는 할매를 본다

햇볕에 살짝 데파진 흙을

무명 자루에 쬐끔씩 넣고, 볼끈

팔뚝에 힘을 주는 저 봄의 팔뚝

멀찌감치서

할매 눈길을 만지작거리던 버드나무가

기다리다 지쳤을까

허공 길을 재촉하는

꽃바람의 손을 잡고 온몸을 배배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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