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 박준

 

방에

모로 누웠다

나이 들어 말이 어눌해진

아버지가 쑥을 뜯으러 가는 동안

나는 저녁으로

쑥과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

내가 남도에서 자란

얼굴이 검고 종아리가 두꺼운 사내였다면

된장 대신 도다리 한 마리를 넣어

맑게 끓여냈을 수도 있다

낮부터 온 꿈에 그가 보였지만

여전히 말 한마디 없는 것에 서운하다

서향집의

오후 빛은 궂기만 하고

나는 벽을 보고 돌아누워

신발을 길게 바닥에 끌며

들어올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처-남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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