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는 저녁 / 윤영권
버스가 오랫동안 오지 않은 날엔
가슴에 불꽃 하나 올려놓고 기도를 한다
벌써 두 시간
먼지를 채울 듯 시작한 비는
빌딩을 타고 내려와 거리를 적시고
젖은 길 위에 가로수들이
손도장을 찍으며 즐거웠던 시절을 갈무리한다
이제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순 없을 게다.
나뭇잎으로 손 우산을 쓰고 비를 긋던 젊은애들이
낙숫물 같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버스와 함께
길을 떠났다. 거리엔
민들레 씨 우산이 떠돌고
더디 살아온 날들의 아픈 질책인지
빗물이 얼굴을 타고 내려와 살을 적신다
저마다 자기만큼의 불꽃을 깜박이며
사람들은 미통의 여운을 칼 자국처럼 남기고
집으로 간다
언제나 기다림이 함께 했던 날들
내 처진 어깨 위에 나뭇잎이 툭툭 떨어진다
변두리로 가는 마지막 버스다
거리에 낙엽으로 지던 희망들이 일어나
키 큰 어른이 되어 내 손을 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