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안시*와 스트립 걸 / 도은

 

어항 속에도 사이키가 있지

내 몸이 내뿜는 황금빛, 0.03g의 자존심이야

지느러미를 하나하나 빗겨 가는 쇼

도발적이지

​

나의 주인 이름은 뮤즈야 그녀의 손가락은 희고 가늘지

음악에 맞추어 먹이를 던져줄 때

심장이 촛농처럼 녹아내리지

그녀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면

남자들의 입꼬리가 므흣하게 올라가지

​

전라로 봉을 잡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중요해

그리고 흘낏, 45도로 눈빛을 흘려야 하지

환호는 비만한 시선에 길들여진 어족이므로

나와 그녀는 진열된 슬픔에 가깝지

상관없어, 당신들을 구경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

그런데 그녀의 우윳빛 둔부가 어찌 된 거지?

분절된 밤,

기형적인 몸통에 풍만한 젖가슴이 불량식품처럼 흔들거려

이제 기워 쓸 관능의 목록은 없지만

유리 밖에서 나만 바라보는 뮤즈는 진짜일까?

어쩌면 황금 지느러미에 매달려 아마존으로 떠났는지도 몰라

​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헝클어진 그녀 머릿결을 병든 수초처럼 흔들었어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지

​

이끼 낀 이쪽에서 수족관 밖을 내다보면

세상은 매일 조금씩 지워지는 그림

​

나는 벌룩거리는 입을 희미하게 오므린 채

뜰채처럼 생긴 구급차 침대에 들려지는 그녀를 증언하고 있었어

제발

희번덕거리는 내 눈을 지워줄래

그녀는 아직 죽음의 춤을 출 때가 아니니까

관음증에 걸린 신을 믿을 수 없으니까

​

​

* 아마존 메기.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로 이끼류를 주로 먹는다. 몸통과 천사 날개처럼 길고 긴 지느러미가 눈부시게 현란한 황금색이고 눈이 붉은 최고급 관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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