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알레고리 / 김기덕

 

 

모서리들이 각을 자랑한다

풍경의 시각이 못 박히며 만든 견고한 틀,

비틀린 각들은 서로 기대지 않았어도 인연으로 묶여있었다

뒤엉킨 의식은 붉은 카펫으로 깔리고, 그 위에서 눕고 잠자며 초라한 두 폭 초상화로 남은 철학자의 얼굴은 앙상했다

생각마저 죽어 사는 사각지대

성모의 표정을 닮은 낡은 탁자들이 햇살을 입고 담벼락의 경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빗물로 깨달은 이음새가 자신을 놓아주고 있었다

군상들은 지층의 프레임에 갇혀 흐느꼈지만, 장방형의 무덤에 누워 사각은 어둠보다 짙은 물감으로 풀어지기 시작했다 해체는 자신을 버림으로 도달한 유형이었다

시계를 벗어난 우주는 텅 비어 있고, 불꽃으로 태어난 얼굴들은 영원 속에 은광銀光으로 서있다

각은 각을 얻음으로 해탈했다

틀에 박힌 기억들이 흩어진다 날개가 돋은 모서리들이 옷을 벗는다

내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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