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 숨결이 머무는 곳에서 /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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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왕궁에서 천천히 걸어 스톡홀름 구시가지인 감라스탄의 스토르토르옛(Stortorget)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은 생각보다 아담했고,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앞에 노벨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시장은 건물1층에 위치하고 있었고, 천장에는 컨베이어 벨트나 기차 트랙을 연상시키는 장치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위에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진과 업적이 적힌 패널들이 매달려, 계속해서 회전하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노벨을 소개하는 공간에는 그의 유언장과 폭탄 실험을 할 때 사용하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노벨의 아버지는 수중 폭탄 사업을 했고, 노벨 역시 폭발물 연구에 몰두하다가 실험 중 폭탄이 터지는 사고로 동생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또한 그는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하지 못한 채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전시장에 놓인 물건들을 바라보며, 과학의 발전 뒤에 숨겨진 그의 고독한 삶이 조용히 떠올랐다.

 

  그는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지만, 후세에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신의 재산을 인류의 발전과 평화에 기여한 이들에게 상을 주는 데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은 참으로 값진 선택이었다.

 

  마리 퀴리가 소개된 공간에 다다랐다. 그녀는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이자,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은 인물이다. 방사능 연구와 폴로늄, 라듐의 발견으로 인류 과학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전시대에는 그녀가 실험과 연구에 사용했던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니,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듯했다.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녀의 열정, 개척정신, 그리고 두려움 없는 탐구심이 결국 그녀가 바라던 성취를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또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니,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이 처음으로 채취한 푸른곰팡이의 오리지널 샘플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이후 이 물질을 실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정제하는 데 성공한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의 실험 장비도 함께 보관되어 있었다.

 

  사실 페니실린의 발견은 플레밍이 한 달간 휴가를 다녀온 뒤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 우연히 곰팡이 주변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을 관찰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때로는 꾸준히 연구하며 도전하는 사람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페니실린이 있었기에 인류는 수많은 감염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우리의 평균 수명 또한 크게 연장되었다고 생각한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존 바딘의 구역에 다다랐다. 그는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은 드문 과학자였고 그가 사용했던 실험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발명 덕분에 방 하나를 가득 채우던 거대한 컴퓨터가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으로 작아질 수 있었고, 인터넷과 인공지능(AI) 같은 현대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다. 전시대 한쪽에는 그가 아끼던 골프채도 놓여 있었다. 동네 사람들과 골프를 즐기며 지냈던 그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는 조용한 행복을 누렸던 것 같았다.

 

  나에게 세상을 바꾼 세 사람을 꼽으라면, 마리 퀴리와 알렉산더 플레밍, 그리고 존 바딘을 말하고 싶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이들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기쁨에 찬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며 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열정과 헌신이 이 세계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했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