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 김미정

 

 

모든 길은 초보다

난 사방으로 흩어진다

건너고 건너도 이어지는 횡단보도

휘어진 길이 쏟아지고 바닥이 빠르게 깊어져요 지친 태양이 정지선

에 머뭇거리네요 조각난 표정을 만지고 싶지만 울퉁불퉁한 신호음이

멈추지 않아요

누군가 길을 물을 때

뒤돌아보지 않는 속도를 무엇이라 부를까

겹치고 겹쳐 거대해지는 그림자들

금이 간 가로등이 만발해요 하루를 낭비하는 불빛이에요 뒷모습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다 넘어지고요 멀리 가지 못한 골목이 어둠 속으

로 흘러내려요

내게서 빠져나가는 한 사람을 바라본다

아스팔트 위

흰 새들이 점멸하고

나는 모르는 얼굴이 되어

가로로 세로로 교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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