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 나영순
가지 않아야만 할 삶이 가고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생이 오네
어제 내린 나는 언제 내렸던 나였을까
낯선 의심의 사막에 꽃 한 송이 피우고 떠난 그대
먼저 간 누군가의 행로를 따라 흐르고 흘러
한 때 바다가 되기도 했던,
구름의 이름을 입고
허공중을 떠돌던
서늘한 청춘의 시절도 우리에게 있었던 걸까
허공은 영원의 또 다른 이름
언젠가는 다시 비가 되어
지난 길을 되걸어 지나갈까
잎맥에 숨어
태양을 숨 쉬며
한 나무의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촘촘히 읽어낸 점자의 여정들
나 다시 돌아가려 해 처음의 자리로
태어난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