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 윤옥란
퉁퉁 부은 발목이 눌려 있다
시퍼런 혈관이 우툴두툴 붉다
산과 들판으로 쫓아다니던 양과
직장을 이리저리 따라다니던 말이
내 발목을 힘껏 물었던 자국이다
오래 걸어 점점 헐렁해지는 발목
무는 힘이 약해지면 흘러내리는 것은
할 일을 다 했다는 것
내 주변을 뛰어다니거나 뒤쫓아오는 수많은 양과 말
평온한 분위기를 내리밟는 힘센 목소리와
혀끝 오그라드는 여자들의 꼬리 잘린 말투가
발목의 힘을 빠지게 하지만,
묻지 않는다
서로가 함묵을 유지한다
도심의 건물 속에서는 항상 발목이 아프다
꽉 물고 놓지 않는 양말은 늘 한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