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그들만의 세상

댓글 2026-09-23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
 
'아나카파’라는 이름은 추마쉬어로 ‘신기루’라는 뜻이다. 오래전 추마쉬 사람들은 토몰이라는 전통 배를 타고 와 서쪽 해안의 바위, 동굴 등에서 고기잡이, 조개 채취 등을 했고 그 유적도 있다.


넓게 펼쳐진 평원에 마치 방사해 놓은 닭들처럼 갈매기들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갈매기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곳은 자기네 터전이고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인 양 아무 관심이 없다. 갈매기는 자기의 땅을 지키는(territorial) 새라서 자기 둥지로 잘못 들어온 남의 새끼들은 인정사정없이 죽여 버린다고 한다.

새 떼들이 머리 위를 질서정연하게 날고 있다. 도심에서도 가끔 보지만 다른 감흥을 준다. 무언가 좀 더 엄숙하고 장엄한 느낌이다. 이곳에서의 자연은 생기가 넘치고, 힘 있고, 더 위엄이 있다. 펠리컨이 떼 지어 날아갈 때는 그 크기와 무게 때문인지 마치 수십 대의 비행선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새 떼들의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어떤 재난을 예고하듯 질서를 잃어버리고,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공중을 어지럽게 맴돌며 아우성쳤다. 이건 무슨 행위인가? 리더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던 모습은 어디 가고 이렇게 혼란스럽게 갈팡질팡하는 거지?

조금 전 같은 새들의 무질서함에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인간은 그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려고 한다. 우리의 존재에 무반응인 갈매기들을 보면서 안 보는 척하면서도 그들도 우리를 관찰하는 것 아닌가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은 인간에게 우리도 자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높은 문화 수준을 자랑하며 지구상의 지배자로 자처하고 있지만, 무한대의 우주에서 미물 같은 인간의 작태를 흥미롭게 지켜보나 간섭은 하지 않는, 어떤 존재가 없으란 법도 없다.

마치 우리가 숨죽이며 동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찍을 때처럼…….

<이명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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