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에서] 캔들라이트(Candlelight) 콘서트에 다녀와서

 댓글 2026-08-06 (목) 12:00:00 이리나 수필가
 
바이올린 둘, 비올라와 첼로 각 하나로 구성된 현악 4중주가 무대에 올랐다. 그날은 아바(ABBA)의 노래로 시작해서 퀸의 노래로 이어졌다. 아바의 히트송들이 연주되자 교회 안에 가득 찬 청중이 따라 불렀다. 바이올린에 맞게 편곡한 선율이 아름다워, 모처럼 귀가 호강을 했다. 연주자들이 멀지 않아서 그들의 모든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맨 앞에 앉은 이들은 그들의 숨소리까지 듣지 않았을까.


방석도 없는 나무 벤치에 익숙하지 않은 몇 사람은 앉아 있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스피커가 양쪽에 있었지만, 전문적인 클래식 음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바이올린 소리는 돌벽을 감싸며 교회 전체를 채웠다. 중간중간 캔들라이트 공연에 대한 설명과 다음 곡을 소개하는 연주자의 재치 있는 언변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캔들라이트 공연은 마지막 곡에서만 촬영이 허용되고, 그전까지는 녹음도 촬영도 금지다. 공연 도중에 어떤 사람이 전화로 녹음하자, 금방 스태프가 다가와 정중히 만류했다.

마지막 곡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첫 소절 “Mama, I just killed a man”이 흐르자,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청년의 절망과 두려움을 고백하는 명곡. 실제 살인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면의 어떤 변화를 말하는 것인지. 이 곡을 쓴 프레디 머큐리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는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 사이 오페라풍의 대목에서 바알세불이 나를 위해 악마 하나를 남겨두었다는 가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노래가 정점을 찍는 “Mama mia, let me go. Let him go, let him go. Nothing really matters, anyone can see.”가 나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떼창을 시작했다.

세상이 변한 것일까. 십자가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회는 이 공연을 위해 캔들라이트 측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대여료를 받았을 것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자기 집에 찾아와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예수는 무슨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이리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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