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3 (월) 12:00:00 조옥규 수필가
순간, 풍뎅이는 내가 막연히 알고 있던 약한 곤충이 아니라 강력한 힘과 지혜로 세상을 유영하는 외계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안사돈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나는 안사돈을 다른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면 서로 대화가 통하니 문턱이 닳게 드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돈지간으로 만났으니, 매사가 조심스러워 자주 만나기에는 주저되는 것이 있었다. 토양이 다른 곳에서 자란 두 아이가 서로를 맞춰가며 또 하나의 숲을 이루어 나갈 때, 부모들은 잠잠히 거름흙이 될지언정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안사돈을 만나러 가는 길 내내 아침에 보았던 예쁜 초록색 갑옷의 풍뎅이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만약 안사돈과 내가 풍뎅이로 태어났다면, 안사돈은 벽을 지렛대로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풍뎅이일 테고, 난 꽃 이불이 좋아 마냥 낭만을 즐기며 노래 부르는 풍뎅이가 되었을 것 같다.
우리 사부인은 눈이 맑으며 예쁜 날개를 접었다 펼 자리가 어느 곳인지 잘 알고 있는 분이다.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던 중에, 나는 사부인이 가을이면 해마다 나눠 주시던 대봉감이 그립고, 상추와 고추, 갖가지 채소들을 보내주셔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사부인은 정원 한쪽에 아무렇게나 심어 놓은 듯한 채소들도 너무 잘 길러내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도 남을 만큼 농사 솜씨가 좋으며 손이 후덕한 분이다.
나는 언젠가 사부인이 보내준 갓 씨를 땅에 뿌렸더니 싹이 나서 좋아했는데 채 자라기도 전에 꽃이 피어버렸다. 나는 그 노란 갓 꽃을 한 묶음 꺾어 유리병에 꽂아 두고 행복해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안사돈은 나의 일호 팬이다.
내가 수필집을 출간하고 책을 드렸더니,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며 그중 어느 작품은 열 번도 넘게 읽으며 울었다고 하셨다. 말씀도 이토록 감동적으로 하시니, 어찌 사부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부인은 요즘 발표되는 내 글도 잘 읽고 있다며, 은은한 눈빛으로 음식을 내 앞으로 밀어 놓으셨다.
식사 말미에 사부인이 의외의 말을 하셨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이들처럼 자연 속에서 도라지와 더덕을 캐며 유유자적 살고 싶다고 했다.
어쩜, 자연을 연모하는 마음이 나와 똑같을까. 사부인과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한참을 웃었다. 그런 사부인을 보며 아침에 보았던 초록풍뎅이를 다시금 떠올렸다.
설령 우리가 두 마리 풍뎅이가 되어 산으로 들어간다 해도, 나는 사부인과 기꺼이 의미 있는 동행을 할 것이다.
<조옥규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