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열무, 계절의 맛

 댓글 2026-07-28 (화) 12:00:00 정유환 수필가
 
열무를 솎아내며 친정어머니를 생각한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여러 식구 먹거리를 준비했던 어머니. 여름에는 김치가 쉬이 익어버리니 며칠 만에 또 김치를 담가야 했다. 김치 외에 매끼 반찬도 만들고 병행하여 아이들 양육에 일도 해야 하는 고된 일상을 어떻게 견디었을까.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철없는 자식들은 반찬 투정에 불평이나 했으니 돌이킬 수 없는 후회에 마음이 아프다.


뽑아낸 열무를 다듬어 물을 받아 담가 놓는다. 혹시나 있을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다. 한참 후에 보면 웬만한 벌레는 양푼 바닥에 죽어 있다. 벌레가 먹은 건 건강한 채소라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깨끗이 씻은 열무를 소금에 절여놓고 붉은 고추를 따서 씨를 털어낸다. 찹쌀가루로 풀죽을 쑤어 놓고 두어 시간 절인 열무를 씻어 소쿠리에서 물을 뺀다.

마늘과 고추를 갈아 찹쌀죽에 섞은 후, 밭에서 키운 파와 풋고추를 썰어 물이 빠진 열무와 함께 버무린다. 국물이 자작한 열무김치를 담그려고 한다. 쌉싸름한 김치를 선호하는 가족을 위해 조미료는 첨가하지 않는다. 찹쌀죽이 쓴맛을 죽이고 부드럽고 달큰하게 김치를 익혀 갈 것이다. 남편은 열무김치를 좋아한다. 엄마가 해주던 맛을 씁쓸한 김치에서 찾는가 보다. 이 맛이야! 하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열무엔 유익한 성분이 많다. 동의보감에도 오장에 이롭고 나쁜 기운을 씻어준다고 쓰여있다. 비타민A, C를 비롯해 베타카로틴,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을 다량 함유하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다이어트에 좋고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위와 장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한다. 맛은 씁쓰름하지만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풀빛으로 물든 손톱이 검은색으로 흉하지만, 김치가 되어 통에 담긴 텃밭의 소산물이 대견하다. 마늘 빼고 모든 재료가 밭에서 나왔다. 다음엔 물김치를 만들어야겠다. 보리밥에 고추장 넣고 비벼 먹을 생각하니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역시 여름엔 열무김치다. 입맛이 확 돈다.

<정유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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