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불꽃놀이

 댓글 2026-07-21 (화) 12:00:00 홍용희 수필가
 
여럿이 모여 즐긴 개인적 불꽃놀이의 흔적이 골목마다 다르게 남아 있다. 불꽃은 사라졌어도 그 잔해는 골목길에 머물게 마련이다. 여기서 나는 두어 가지 삶의 모습을 본다. 남을 생각했을까. 한 자취는 가지런히 놓인 상자처럼 정돈되어 있다. 반면, 자신만 보고 달리던 사람일까. 그 흔적은 바람에 흩어진 종이처럼 제멋대로 남아 있다. 그 뒷모습들은 각자의 세계가 남긴 작은 우주들이다.


한 골목에는 빈 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 그 안에 크고 작은 포장지가 정리되어 길 한 켠에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폭죽의 마지막을 정돈해 둔 장면일 것이다. 그 상자들은 어둠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별들처럼 조용히 빛의 놀이를 맺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뒷모습을 생각하는 사람인가 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정신이 내 마음도 아침처럼 싱그럽게 한다.

다른 골목에 들어선다. 여기는 다르다. 화약을 벗기고 난 빨간 포장지와 심지가 굴러다니고 있다. 바닥에 떠도는 종이들은 자동차가 지나가면 가을 바람에 딩구는 낙엽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주변에는 널브러진 맥주 빈 상자. 깨어져 흩어진 갈색 병 조각이 날카롭다. 폭죽의 열광이 꺼진 뒤, 그 흥분의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자리다. 우주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세계일까. 질서가 오기 전의 세계, 혼돈이 먼저 깃든 자리같다.

그 두 골목을 지나오며 나는 미술관에서 본 조각가 조시아 맥엘헤니 (Josiah McElheny)의 ‘우주 같은 섬’을 떠올린다. ‘아일란드 유니버스’라는 제목에 샹들리에 밝은 전구 속에서 낱낱의 불빛들은 서로 닿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빛을 말없이 발한다. 그 빛들은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고, 흩어지지 않고,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 마치 ‘폭발적인 우주의 심장 속에서 떠 있는 작은 별처럼 살아가라’하는 듯하다.

폭죽은 찰나의 세계이고, ‘섬 같은 우주’는 그 찰나를 오래 머물게 하는 세계다. 그리고 두 골목에서 본 광경은 그 우주를 살아가는 인간의 두 가지 방식 아닐까. 어떤 사람은 불꽃이 사라진 뒤에도 그 공간을 잘 정돈했다. 이는 자신이 머문 세계를 남기는 발자취, 아름다운 뒷모습이다. 어떤 사람은 빛이 사라진 그 자리를 그대로 두어 머물던 곳을 열광의 잔해로 남겼다.

우리는 누구라도 모두 잠시 폭죽처럼 빛나고, 결국은 각자의 골목에 각자의 섬 같은 세계를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그 우주들은 삶의 혼돈 속에서 울고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며 떠 있다.

나의 찰라꽃,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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