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절과 한 가지 마음-제 21회 생활문예대상 대상작

취업 준비로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내 불안보다 큰마음으로 나를 걱정하는 사람은 어머니었다. 어느 아침. 반찬을 데우던 어머니가 무심한 듯 말했다.

"성진아, 너 잘되라고 전에 가서 108배를 해 봤다."

나는 젓가락을 들다 멈췄다. 평소 절에 들를 일이 없기에 더욱 놀랐다.

"엄마가 108배를? 진짜로?"

어머니는 살짝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하려고 갔는데••• 서른 번쯤 하니까 더는 못하겠더라."

그러고는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절에 들어섰을 때는 마음이 단단했단다. '우리 성진이 잘되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마음을 모아 절을 올리니 다섯 번은 가볍고 열 번까지도 괜찮았 다고 한다.

그런데 스무 번이 넘어가면서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스물다섯 번 쯤 되자 무릎이 덜컥 내려앉을 것 같았단다. 그래도 서른 번째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다. 그러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려 바닥에 털썩 앉아 눈앞의 부처님만 멍하니 바라봤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절을 한다고 성진이가 당장 붙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 각이 스쳤다고. 그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서 한참 앉아 있 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정리 되는 기분이었단다.

"그래도 뭐… 서른 번이면 됐다. 나머지는 성진이가 할 몫이지."

어쩐지 그 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어머니는 108배를 못한 것이 아니 할 수 있는 마음의 끝까지 이미 닿았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마음을 다잡았다. 누군가가 내 뒤에서 서른 번이나 마음을 올리며 응원해 줬다는 사실이 단단한 버팀목처럼 느껴졌다.

몇 달 뒤, 나는 취에 성공했다.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어머니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봐라. 절은 서른 번이면 딱 좋았다. 나지 일혼여덟 번은 네가 알아 채워 넣었잖아."

그 말이 왜 그리 따뜻했는지 모른다. 어머니의 말이 부처님 말씀 같았다.

지금도 힘든 날이면 서른 번의 을 떠올린다. 그러면 마음속에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이뤄 줄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마음 덕분에 나는 더 멀리 걸어갈 수 있다.'

어머니가 그날 절에서 얻은 깨달음처럼, 나는 지금도 그 마음을 들고 앞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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