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데이 캠핑을 다녀와서

최숙희

 

 

야외에서 밤을 보내는 캠핑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도 그 설렘을 안고 길을 나섰다. 블랙앵거스가 자유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지나 도착한 실버레이크 캠프그라운드는 이름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5월의 끝자락임에도 사방은 눈 덮인 고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청량한 폭포 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슴 가족이 한가로이 거니는 풍경은 마치 TV 여행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평화로웠다.

 

 

본격적인 산행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됐다. 저녁 740분까지 무려 13시간 동안 35000보 이상을 걸은 긴 여정이었다. 이스턴 시에라의 웅장한 바위산과 푸른 호수,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와 야생화를 마주하니 거칠고도 순수한 캘리포니아의 진짜 속살을 맛본 느낌이었다.

 

 

그러나 대자연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뒤에는 만만치 않은 시련이 숨어 있었다. 고산지대의 등산로는 여전히 깊은 눈에 덮여 길을 찾기 어려웠고, 리더가 의지하던 등산 앱 올트레일즈(AllTrails)’마저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길을 찾아야 하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 얼어붙어 미끄러운 경사면과 가파른 스위치백 구간을 지나야 했지만, 우리는 눈 산행에 필수인 크렘폰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길을 안내한 리더의 책임감과 내공에 모두가 감탄했다.

 

 

산행 중 내가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계곡을 건널 때였다. 양말과 등산화를 벗어들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을 맨발로 건너야 했다. 이끼 낀 돌에 미끄러질까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또한 얼어붙은 경사면을 걸어야 했을 때 산행 경험이 풍부한 자넷 언니가 앞장섰다. 가파른 눈길을 자기 등산화로 여러 차례 꾹꾹 밟아 단단한 발자국을 만들며 말했다. ‘내 발자국을 밟고 그대로 따라와.’ 그 한마디는 단순한 안내 이상이었다. 해발 1만 피트가 넘는 고지에서 고산병 증세로 두통이 밀려왔지만, 타이레놀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무사히 하산해 캠핑장으로 돌아올 때, 또 한 번의 뭉클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선배들이 이웃 캠퍼에게 망원경을 빌려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며 제시간에 마중을 나와 준 것이다. 무릎 통증으로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팀의 막내 써니는 우리 손에 동전을 쥐여 주며 코인 샤워장에 얼른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니 정성껏 차린 저녁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족발과 육개장, 따끈한 부침개와 고등어구이까지 피곤에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위로해 주었다. 길을 잃고 헤매던 눈길에서도, 하산 후 둘러앉은 따스한 식탁 위에서도 가슴 깊이 남은 단어는 결국 함께감사였다.

 

 

 

 

낯선 땅에서의 이민 생활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러나 서로의 발자국이 되어주고 따뜻한 밥상을 나누는 이웃들이 있기에 견딜 만했다. 한밤중 문득 잠에서 깨어 올려다본 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밝게 빛난다. 그 빛은 어쩌면 함께 걸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