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협평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글쓰기 협평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거나 조언을 얻기 위해 글을 보여준 적이 있나요? 내 글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경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수치스러움을 참아가며 글을 보여줍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죠.

글은 보통 혼자 씁니다만, 타인이 내 글을 읽기 시작하면 글은 ‘불특정 다수’라는 개념으로 확장이 됩니다. 나의 시야를 넘어서 다수의 시선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일기가 아닌 이상에야 골방에 처박혀서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에 굳이 정성을 기울일 필요는 없겠죠? 맞춤법이든, 비문이든, 번역체든, 수동태든, 문맥이 맞지 않든, 주제가 없든, 그저 마음에도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면 그만일 겁니다.

요컨대, 글은 불특정 다수가 읽어줄 때야 비로소 의미가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려움에 갇힌 나머지 그 순간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 경험을 시련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러니 우리에겐 독자를 향한 구애를 위해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훈련 방법으로 문우 간 '상호 합평’을 추천합니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으로 꾸준함 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으나, 독자의 반응을 알아차리는 방법으로 합평만 한 게 없죠.

‘합평’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글 한 편에 대하여 돌아가면서 품평회를 여는 것입니다. 독자로서 어떤 면이 좋았고 어떤 면이 어색했는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죠. 여기서 ‘솔직함’과 ‘냉정함’이라는 단어가 가미됩니다. 또한 솔직하고 냉정하게 의견을 표시하지만 그 문장엔 따뜻함이 빠져서도 안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글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 바람에 상처를 받는 일도 벌어지니까요.

합평할 때 주고받는 주요 주제들입니다. 

1) 주제의 일관성

2) 작가의 의도

3) 좋았던 부분

4) 어색하거나 불편한 부분

5)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6) 분량이 적절한지

7)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합평 수업 전에, 고쳐야 할 부분을 집중적으로 체크하며 읽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비평이 아닌 비판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합평의 목적은 타인의 단점을 지적질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글을 어떻게 개선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글쓰기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누는 게 목적입니다. 

합평은 말로 내뱉고 말로 듣는 것입니다. 말을 바깥으로 배출하고 그걸 들으면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글쓰기와 말하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말하며 의견은 나에게서 출발해서 타인에게 향하지만, 내 말을 들으면 내 글을 개선하게 될 기회를 얻습니다.

합평은 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왜 그렇게 썼는지’ 작가의 의도와 관점을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입니다. 내 글만 잘 쓴다고 글 쓰는 과정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타인의 글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줄 알아야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보게 될 능력도 갖추게 될 테니까요.

때로 부정적인 피드백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글과 내가 같다는 관념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내가 썼지만 타인이 읽기 시작하면 이미 공적인 모양으로 글이 확장되기 때문이죠. 타인의 따가운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내 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방향이 잡히게 되니 우리는 짧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시련 없이 성장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글을 쓰는 일이란 열패감, 좌절,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훈련을 쌓는 과정이니까요.

​어슐러 K. 르 귄은 합평의 유용성을 다섯 가지로 제안했습니다. 

상호적 격려

우호적 경쟁

고무적 토론

비평을 통한 훈련

시련을 이겨낼 버팀목 마련

글쓰기는 경쟁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는 상대적인 싸움의 영역이 아니라는 얘기죠.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서로의 발전을 돕는 것이 글쓰기에서 합평이 담당하는 영역인 것입니다. 그러니 건전하고 고무적인 토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토론의 장, 어떻게 하면 타인의 글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비평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하려면 깊이 읽고 말로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겠죠. 이 과정이 고통스럽겠지만, 견뎌내면 다른 길이 보일 겁니다.

합평을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요?

1. 다른 사람의 글을 수업 전에 정독합니다.

2. 합평할 사항(의견)을 미리 메모해놓습니다.

3. 맞춤법, 띄어쓰기, 마침표 찍기, 편집 사항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습니다.

4. 합평은 지루하지 않게 짧게 진행합니다.(5분 이내)

5. 수정해야 할 부분과 좋았던 부분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6. 비평보다는 질문에 집중합니다.

7. 변론하듯이 자신의 글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8. 독자의 시선으로 글을 읽으며 느낀 감상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평합니다.

9. 합평의 대상은 글이지 작가가 아닙니다.(인격에 대해 절대 평하지 않습니다.)

10.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질문합니다.

11. 어느 부분에서 감동받았는지 이야기합니다.

12. 작품을 읽고 떠오른 다른 작품이나 작가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13. 작가의 장점을 찾아 강조합니다.

14. 글의 구조 이야기의 전개가 부드러운지 이야기합니다.

 

 

합평이란 뭘 하는 것일까?


  이것은 소설가 임영태씨가 합평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합평,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참가하며, 어떻게 이끌어야 효율적인 공부가 되는지 참고하세요.

합평은 단순히 소감을 청취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세요. 의미 있는 합평이 되기 위해 몇 가지 말씀드립니다.


첫째,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을 보아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글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름대로 온갖 구상을 하고 머리를 쥐어짜 한 편의 소설을 완성시킵니다. 독자에게는 미흡할지 몰라도 거기엔 작가 나름의 세계관과 문제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합평에 임하는 사람은 먼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을수록 더 그래야지요. 어떤 문제를 다루고자 했는지, 어떤 의도로 이런 구성, 이런 인물을 만들어 냈는지, 작가의 생각을 유추하며 따라 읽어야 소설의 장단점이 더 잘 느껴집니다. 한 편의 소설을 쓸 때면 누구나 온갖 시도를 해보며 주제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합평에 임하는 사람은 그 노력의 십분의 일이라도 바쳐 그 작품 자체의 기획의도, 곧 작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공부가 되지요. 수동적인 독자의 입장에만 서 있기로 하면 '좋다' '안 좋다' 한 마디면 더 할 이야기 없지요.

형편없는 작품이라도 거긴엔 아무튼 작가가 목표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자기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모를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합평하는 사람들이 대신 주제를 찾아주는 겁니다. 그렇게 작가의 의도 속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며 자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면 나아질까 하는 점들을 생각해 봐야 되는 거지요.

둘째, 작품에서 좋은 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건 작가를 격려하기 위해 애써 좋은 점을 찾아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 수준 높은 안목은 어떤 작품이든 거기에서 장점을 찾아내는 눈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는 그만큼 못 쓸지라도 보는 눈만큼은 높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 높은 눈으로 무서운 질책이나 하는 건 의미 없습니다. 그건 누구라도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설 자체의 형상화는 서툴지라도 그 안에서 작가 고유의 개성과 장점을 발견하는 일, 그게 어려운 일이고, 합평자에게나 작가에게나 창작 수련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요.

의미 있는 합평이 되려면 가능한 한 작품을 전체로 평가하지 말고 쪼개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어느 작품이 비록 전체 완성도는 60점에 불과할지라도 부분부분, 어느 한 대목에는(아직 채 무르익지는 않았으나) 눈부신 개성과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볼 줄 알아야 자기 자신과 비교도 해볼 수 있고, 해당 작가의 가능성과 한계도 명확히 가늠되지요.

셋째, 가능하면 일방적인 비평보다는 작가의 개작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역시 작가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말을 순화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평 자체는 날카롭고 사나워도 좋습니다. 그러나 툭 던지고마는 한 마디는 그게 아무리 정곡을 찌르는 비평이라 할지라도 의미 없습니다. '작위적이다!' '주제에 일관성이 없다' 한 마디 툭 던져 버리면 어쩌라는 얘깁니까? 나는 이만큼 작품 잘 볼 줄 안다 자랑하기 위해 합평하는 것 아닙니다. 그게 왜 작위적으로 다가오는지, 그 작위성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게 자기 창작에도 공부가 되고 작가에게도 도움이 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수동적 독자가 아니라 작품분석사가 되어서 머리를 싸매 봐야 되는 겁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 합평을 하는 거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합평은 합평 도중에 견해가 바뀔 수도 있는 그런 합평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독후감만 일방적으로 개진하면서 작가는 물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까지도 틀렸다고만 주장한다면 합평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시판에 각자 자기 독후감 올리면 그뿐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읽고, 그 의도가 정작 형상화에 어떻게 반영되고있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만약 고친다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를 논의해 보고...그런 식으로 포지티브한 논의를 해가며 다른 견해들에 귀기울이다 보면 자기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라틴 속담에 '음식 맛을 가지고는 다투지 마라'하는 말이 있습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일을 가지고 시비하면 결론이 없다는 교훈이지요. 사실 문학을 포함해 예술이란 것들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독후감이란 철저히 주관적이지요. 미학적 감수성이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나이와 직업과 성별도, 그리고 책을 읽을 당시의 주변 분위기마저 다릅니다. 전철에서 흔들리며 읽는 사람과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읽는 사람은 몰입 정도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그 주관의 벽을 긍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미학적인 공통분모를, 보편적인 공감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가자 다른 견해들 속에서 말이지요. 그러니 독후감이란 수정되고, 보완될 수 있어야하는 겁니다.

[출처] 합평하는 법

 

 

합평의 기준 (Criteria)                     

제목
제목이 글의 내용과 부합하는가?
제목이 문학적으로 승화되었는가?
제목이 독자들의 주목을 끄는가?
  
소재
소재의 선택이 적절하였나?
소재가 주제를 위해서 최대한도로 이용되었는가?
소재의 가공이 잘 되었는가?
  
주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선명한가?
주제의 깊이가 독자들에게 심금을 울리는가?
주제의 질은 어느정도인가?
  
구성
짜임새 있는 구성인가?
주제를 부각시키는 구성인가?
글의 시작이 독자들의 눈을 잡아 끄는가?
강한 여운이 남는가?
새로운 시도의 구성인가?
수필의 구성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는가?
  
문장론
문체, 문장, 맞춤법, 띠어쓰기, 표현법은 적당한가  

전반적인 글의 질
전반적인 글의 균형이 맞는가?
독특하고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글인가?
문학적인 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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