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린 가을날
산길을 가면
찬 바람 살랑살랑
불어오고요
찬바람을 타고서
단풍잎들이
사뿐사뿐 길 위에
떨어집니다

바람찬 가을날에
산길을 가면
쓸쓸히 들국화만
피어있고요
떨어진 단풍잎을
밟아서 가면
단풍의 붉은 길이
열리입니다

 

―목일신(1913∼1986)

 

시인들이 예전부터 동시를 쓰고, 그것을 예쁜 노래로 만든 것은 아주 은밀하고도 거대한 ‘한글 지키기 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려서 노래로 배운 동시들은 영영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를 좋아한다면 목일신 시인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이렇게 시작하는 ‘자전거’도 목일신 시인 작품이고 “하늘나라 아기별이 깜빡깜빡 잠자지” 이렇게 예쁜 가사인 ‘누가 누가 잠자나’도 같은 시인의 것이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게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 시인. 독립운동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도 독립운동에 투신한 시인. 감옥에 갇혀서도 동시를 쓴 시인. 목일신이 남긴 여러 편의 시는 노래가 되었는데 특히 ‘단풍의 산길’은 가장 최근에 가곡으로 만들어졌다. 동요가 좀 쑥스러운 어른들에게는 이 가곡을 추천한다.

노래를 타고 시가 들어온다. 노래를 타고 마음이 흘러온다. 노래를 타고 우리 말과 글도 전해온다. 한글날을 기념하고 싶다면, 좋은 가사 우리 노래 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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