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되기 / 박남희

 

나무나 개울물이나 건물들을

풍경이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사람을 풍경이라고 말하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풍경은 보는 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보는 이의 시각을 방해하지 않거나

자신을 애써 설명하지 않는 침묵의 미덕이 있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인공 행세를 하기도 하지만

인물 사진을 찍을 때 풍경은 기꺼이 배경이 되어준다

사람들은 혼자서 셀카를 찍기 위해

풍경 반대쪽으로 셀카봉을 높이 들어 올리지만

풍경에게는 셀카봉이 필요없다

풍경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앞에 세워두고도

풍경이라는 이름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

그렇다고 풍경은 애써 스스로 풍경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 것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풍경이 된다

풍경은 자신을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도처에

자신의 계절을 만들 줄 안다

덥고 시원하고 차갑고 맑고 흐리고 촉촉한

계절의 옷을 애써 차려 입지 않고도

제 안에 피처럼 흐르던

계절에 맞는 풍경을 넉넉히 불러낸다

풍경은 풍경이 아닌 것들을 가두려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이 풍경이 되기는 어려워도

나뭇잎 위를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가 풍경이 되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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