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사랑을 도탑게 하고/지희선

 

정의 문학인 수필문학이 큰 잔치를 벌였다. 몇 시간의 강의로는 성에 차지 않던 갈증을

해갈하려, 아예 3일간의 일정으로 에세이 데이를 개최했다. 이왕이면, 이 큰 잔치에 수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 전국적으로 수필인들을

초대했다. 워싱턴, 시애틀, 알래스카 등등 여기저기서 많은 수필인들이 모여들었다. 연 참석 인원

322명. 명실공히, 미 전체를 아우르는 ‘재미 수필 문학가 협회’라는 이름에 처음으로 걸맞는 행사를 연 셈이다.   

 

평론가요 수필가인 임헌영 교수를 모시고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문학 강의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새롭게 눈 뜨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수필의 당면 과제로 제시된 5개

항목 중 그 첫번째인 ‘지적훈련의 필요성’에 대한 해답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은 적절한 지적이었다. 수필집이나 수필 전문서적만 편식해 온 나에게는 큰 자각을 주었다. 

철학이나 예술, 문화 전반에 걸쳐 소양을 길러야 함은 수필의 질적 향상과 문학 수필의 발돋음을

위해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 아닌가 싶다. 

 

“이런 거 쓰지마라.” “저렇게 쓰지마라.” 등등 “Don’t, Don’t…”하는 이론식 충고 때문에 점점

<성형 수필>로 변질되어가는 현세태에 식상해 있던 나에게는 잠시 숨통을 틔워준 강의였다. 

현미경적 관찰의 세밀함과 망원경적인 시각을 키워야 함도 우리 수필인들에게는 필요 충분

조건이리라. 특히, 비평과 합평에 관한 필요성을 재인식시켜주신 점과 시와 소설과의 연대감에

대한 권유도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문학에서는 ‘가치 판단’을 하지말고

‘사실 판단’을 하라.”는 말씀은 금시초문으로 두 귀를 쫑긋하게 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일반적인 문학 이야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고대신화는 차치하더라도 연 이틀간에 걸쳐 시종 시와 소설의 예로 진행된 강의는 수필에 관한

노른자위 강의를 기대해 온 나를 조금 다급하게 했다. 이왕이면, 인문학과 수필을 연계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예를 들 때도 수필 명문을 예시하여 섬세한 분석을

해주었더라면 더욱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강의 자체는 무척

흥미롭고 귀한 말씀이었지만 3일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내 마음이 조급했던 것같다.

 

하지만, 첫 번째로 가진 에세이 데이는 우리 수필인들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필인으로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해 주었고, 미주 수필인들을 위한 만남의 시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준비한 임원들의 노고를 높이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모쪼록 시작한 에세이 데이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연중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수필은 뭐니뭐니 해도 정의 문학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나아가서는 신을 사랑하는 사랑의 문학이다. 만남은 사랑을 도탑게 하고, 서로를 성장시킨다. 

내년의 만남을 다시 한번 기대하고 싶다. (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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