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꽃잎 / 공광규

 

 

밤사이 어디선가 걸어온 듯

목련 꽃잎 한 장

현관문 앞 복도에 날아와 있다

어려서 죽은 동생 천도제 때 하늘로 올려보낸

작고 흰 고무신을 닮았다

밤사이

저승에서 흰 신발을 신고와

늙어가는 형네 집 문 앞까지 찾아와서는

무슨 말인가 남기려다

문 여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신발 한 쪽 떨어뜨리고 돌아갔나 보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심부름이었는지

형의 안부를 물으러

형네 집 아파트 정원 목련 나무 아래

서성였던 흰 발자국들

왠지 이생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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