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쓰는 편지 양상훈

 

<사랑하는 아들에게>

정우야! 가을 햇살이 핑거레이크(Finger Lake)에 별빛처럼 반짝이고 하얀 뭉개 구름이 산 어께 봉우리로 곱게 피어나던 그날. 네가 대학 에 입학하던 날이었다. 산 능선을 따라 초원을 이룬 캠퍼스에 청운 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의 활기찬 대열은 자못 생동감이 넘치더구나.

북쪽과 중앙 캠퍼스를 가로 지르며 층암절벽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폭포소리를 즐기며, 비브레이크의 호수가를 거닐던 청년들의 낭만이 그렇게도 부렵게 보였다.

 

세월이 화살과 같다더니, 정말 빠르다. 네가 엄마 등에 업혀 다니면서 지나가는 차번호를 보고외치며, 한글간판마다 모두 읽어버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성장하다니. 빠의 전근지를 따라 결국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부모를 떠나 멀리 떨어진 대학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는 초로의 문턱에 서 있음믈 실감히지 않을 수 없단다.

 

지금 네가 떠난 후 우리 집안은 적막하고 허전하단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네 동생은 외로이 집지키는 강아지처럼 쓸쓸해하고, 누나는 이젠 대학 기숙사까지 너의 수송중단으로 여간 불편하지 않은 처지란다. 집안일까지 돌보던 네가 떠나고 보니 그렇게 서운하구나.

그동안 네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엄마의 침묵 속에 흘러 맺힌 이슬이 무엇인가를 알고 목표를 향하여 진로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너의 용기에 장하다는 말을 하겠다.

 

돌이켜 보면, 지나간 많은 사연들-먼동의 햇살이 여명의 이슬을 걷어 버리던 이른 아침마다 잠자는 너희들의 머리맡에 남긴 언어의 쪽지 , 먼 여로에서의 가족캠핑의 낭만, 소년 야구밤 경기에 관중의 열기 를 뿜던 너의 피칭 모습, 무엇보다 귀국발령으로 서울에서 이산가족 으로 기러기아빠로 지내다가 컴백하여 너희들과 재회 등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정우야. 지난 고교 졸업 때 엘범(Year Book)에 실은 너의 글이 기억 난다.“The stream flows to river, The river flows to sea , we were then the river ,Now we are sea, so be challenging, then be successful..."

그렇다 산골짜기마다 흐르는 물은 낮은 계곡으로 흘러내리고 좁은 물 길따라 시냇물에 모여 또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루고 다시 큰 강줄기를 따라 바다에 이르게 된다. 바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 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정한 방향과 길을 따라 흘러왔다는 것이다.

너의 성장과 학업의 과정도 이와 같이 시간과 노력으로 꾸준히 이어 온 것이다. 지금 넓고 넓은 그 바다에서 네가 마음대로 어디든지 쉽 게 항해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제껏 지나온 좁은 물길보 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단단 히 기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습득한 지혜와 기술을 더욱 연마하여 목표를 향해 확고한 신념과 용기로 꾸준히 항 해할 때 수평선 너머 희망봉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정우야. 너의 전공분야로 보아 이 학교가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생각 했단다. 대학의 선택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 가 더욱 중요하다. 이 시기가 인생의 꽃을 잘 피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수련의 과정이도 하며 항로의 커다란 전환점이기도하다.

 

대학교는 고교과정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지금 경험하고 있을 것이 . 고교 시절에 우등생이니 SAT고득점이니 같은 우월감은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지금은 시냇물과 강물의 시야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환 경인 바다의 세계를 맞아 의젓한 슬기와 지혜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일학년 때 많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여 먼저 사랑 을 베풀도록 노력하여라. 그리고 꾸준한 독서를 통하여 정서생활을 함양하고 너의 전공이외에 인문 사회학 분야에도 광범위한 지식체계 를 넓히며 시대에 부응하는 실력배양으로 전공을 뒷 받침하여야할 것이다. 학문만이 공부가 아니다. 평소 의지는 굳고, 행은 부드러우면서 타인의 좋은 점을 배우고 교양이 몸에 베이도록 해라.

자신의 승리에 겸손할 줄 알고 실패가 있더라도 좌절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학인으로써 격변해가는 세계동향에 시야를 넓히며 시대에 부응하는 실력배양에 꾸준히 힘써야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교 신앙을 생활화하고 성수주일을 지키며 늘 감사하며 기도하기 바란다. 다행히 캠퍼스 안에 교회가 있다니 얼마 나 감사할 일인가.

다음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여라.

편지를 자주 써라. 부모에게는 물론 친구 친척들에게도 말이다. 편지 를 받아보는 친구와 친지들이 너를 새겨 볼 것이고, 너의 문장력도 항상될 것이다.

! 네 동생은 벌써 8년째 일기를 쓰고 있는 샘이다. 주말에는 꼭 한 글 일기를 써 왔기 때문에 한글 표현이 아주 좋아졌다.

거기다가 인근 잉글우드병원에서 400시간을 목표로 자원봉사를 하는 , 이미 170시간을 돌파하였다니 그의 끈기와 노력을 격려하고 칭찬 해 주기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항상 감사와 기쁨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건강하 고 멋있는 대학생활을 보내며 희망과 이상의 꿈을 힘껏 펼쳐보아라. 다음 방문 때엔 코낼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엄 마가 준비해간 맛있는 도시락을 들면서, 더욱 성숙한 너의 모습에 학 교생활의 많은 얘기를 들어 보자. 이만 줄인다.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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