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과수원 집(Orchard House)

 댓글 2026-07-22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그러나 그녀의 삶은 소설 속 조처럼 늘 밝지만은 않았다.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아버지를 대신해 가사도우미와 가정교사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자신이 쓰던 작품을 소녀들의 이야기로 바꾸기도 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삶의 고단함을 따뜻한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어려움을 겪었기에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작가였는지도 모른다. 전생에 말이나 사슴이었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달리기를 좋아하고 나무 타기를 즐기던 그녀가 지금도 앞마당을 가로질러 웃으며 달려올 것만 같다.


브론슨 올콧 역시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려 애쓴 사람이었다. 그는 영국식 교육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을 꿈꾸며 학교를 세우고, 이상 공동체인 프루트랜즈(Fruitlands)를 설립했지만 잇따라 실패를 겪었다. 루이사는 이를 ‘사과 슬럼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콩코드 철학교실(The Concord School of Philosophy)을 세워 평생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실패 속에서도 끝내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과수원 집 곳곳에 배어 있다.

길 건너에는 나다니엘 호손이 살던 길가 집이 있다. 올콧 가족이 떠난 뒤 호손이 이사 와 집 이름을 ‘길가 집’으로 바꾸었다. 그는 이웃인 에머슨과 소로를 가까이 두고도 고독한 삶을 살았고, 말 많은 브론슨 올콧을 피해 다른 길로 산책을 나섰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반면 과수원 집은 가족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연극, 문학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공간이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집은 서로 다른 삶을 품었지만, 콩코드 문학의 역사를 함께 완성했다.

과수원 집을 나오며 뒤돌아보니 길가 집과 과수원 집은 마치 서로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오래된 이웃 같았다. 콩코드는 지금도 조용히 방문객을 맞으며, 한 시대를 빛낸 작가들의 숨결을 들려주는 살아 있는 문학의 고향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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